도전 2018! - 성실의 아이콘 지한솔
[ 이관우 기자 ]
지한솔(22·동부건설·사진)은 요즘 뜨개질과 십자수에 재미를 붙였다. 동계훈련을 가기 전까지는 월요일마다 골프채를 내려놓고 전문 강사에게서 ‘비법’을 전수했다. 지난해 11월 데뷔 3년 만에 첫승을 올리기 전까진 상상하기 힘든 ‘챔피언’ 지한솔의 여유다.
“갑자기 생각이 바뀐 건 아니고요. 첫승을 하기 전부터 골프를 바라보는 방식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연습량이, 성실함이 중요한 게 아니었더라고요.”
지한솔은 2015년 당시 신인으로는 최고액을 받고 투어에 데뷔한 ‘샛별’이었다. 재능과 성실을 다 갖췄으니 그의 대성을 의심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고 자부하는데도 퍼팅은 줄기차게 홀을 스치거나 돌아나왔다. 경기에 출전하면 지독한 악몽을 꾸는 날이 많았다. 티 위에 공을 올리는데 계속 공이 떨어지는 꿈, 경기 중 화장실에서 혼자 갇히는 꿈, 바다를 헤엄쳐 건너왔는데 불이 나 있는 꿈….
그는 “연습에 성의를 다하지 않은 탓이라는 자책이 점점 강해졌다”며 “대회가 끝나면 안 되는 샷을 찾아 밤새도록 연습하고, 대회날에는 새벽부터 대회장에 나가 2~3시간씩 퍼팅 연습을 했습니다. 그게 진을 빼는 건지도 모르고….”
준우승만 세 번. 반전의 계기가 된 건 한 베테랑 골퍼의 충고였다. ‘진을 빼면 감(感)이 죽는다’는 한마디였다. 죽어도 안 될 것 같은 우승이 기적처럼 찾아왔다. 지난해 11월 시즌 마지막 대회인 ADT캡스챔피언십에서였다. 첫날 66타를 친 뒤 “어 괜찮네!”라고 했다. 둘째날 또 66타를 받아들자 “어! 뭐지?”라는 느낌이 들었다. 몸이 ‘우승으로 가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온 것이다. 감이 뭔지를 그때서야 깨달았다.
“이젠 즐기는 골프를 알아가고 싶다”는 지한솔은 올해 든든한 새 후원사까지 찾아 어느 시즌보다 느낌이 좋다. 미국 캘리포니아 팜스프링스 동계훈련에서 취약했던 쇼트 게임도 알차게 보완했다.
그는 “상반기 1승을 빨리 올려 올해 3승을 채우고 싶다”며 “국내에서 실력을 확인한 뒤 미국 무대에도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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