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3·1절 기념사
대북 직접 메시지 없어
"3·1운동의 가장 큰 성과는 대한민국 건국 뿌리가 된
임시정부 수립 이끈 것"…'건국절' 논란에도 쐐기 박아
[ 손성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1일 3·1절 기념사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독도 도발을 거론하며 일본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지만 북한을 향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북핵’이란 단어는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미국의 대북 군사옵션 거론 등 안보 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대북 메시지를 내놓지 않은 것은 남북대화가 진행 중인 만큼 북한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3·1 운동과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을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과 평화에 기반한 번영의 새로운 출발선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내년까지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 해결을 통해 한반도 평화구조 정착의 중요한 전기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앞으로 광복 100년으로 가는 동안 한반도 평화공동체, 경제공동체를 완성해야 한다”며 “분단이 더 이상 우리의 평화와 번영에 장애가 되지 않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3·1 운동에 대해 “가장 큰 성과는 독립선언서에 따른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이었다”며 “대한민국을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국으로 만든 것이 바로 3·1 운동”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3.1 운동이 지난해 정권교체를 이끈 ‘촛불혁명’의 뿌리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1700만 개의 촛불이 3·1 운동으로 시작된 국민주권의 역사를 되살려냈다”며 “새로운 국민주권의 역사가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을 향해 다시 쓰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정통성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상하이 임시정부 수립을 대한민국 건국으로 봐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과 이승만 정부에 의해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선포된 1948년 중 어느 해를 대한민국을 수립한 해로 볼 것인지에 대한 ‘건국절 논란’에 쐐기를 박으려는 뜻으로 분석된다.
문 대통령은 “3·1 운동으로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헌법은 ‘대한민국이 민주공화제이며, 나라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고 명백하게 새겨 넣었다”며 “그것이 지금 대한민국 헌법 제1조가 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1940년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대한민국 최초의 정규 군대인 광복군을 창설했다”며 “모두 대한민국 건국의 아버지들”이라고 했다. 우리 군의 역사 역시 임시정부가 창설한 광복군에 뿌리를 둬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 발언은 6·25전쟁 당시 우리 군이 38선을 돌파한 날인 1950년 10월1일을 기념하고 있는 현재의 ‘국군의 날’을 광복군 창설일인 9월17일로 변경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과 맥을 같이해 주목된다.
정태옥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평화공동체 등을 거론하면서도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는 대북 저자세에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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