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보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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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국수는 ‘대충 만들어서’ 붙여진 이름이 아닙니다. ‘막(금방) 만든 국수를 막(바로) 먹는다’는 뜻이랍니다. 메밀이 주재료죠. 메밀은 강원 춘천 산간에 살던 화전민들의 어려웠던 생계를 이어준 작물입니다. 제철도 따로 없습니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 1년에 두세 번까지 경작한다고 합니다. 먹을 것이 귀하던 1930년대 춘천 산간 사람들은 메밀로 면을 뽑아 뜨거운 장국물이나 시원한 김칫국물에 말아 먹었습니다. 메밀은 글루텐 성분이 없어 뚝뚝 끊어지고, 금방 붇기 때문에 만들자마자 바로 먹어야 했습니다. 막국수는 경춘선을 타고 여행하는 사람이 늘면서 강원도 명물로 자리잡았습니다. 양양 속초 등으로 확산됐고 맛집도 많아졌죠. 양념장에 김과 깨를 잔뜩 넣어 먹는 집, 동치미 국물에 살얼음 띄워 먹는 집, 매콤새콤한 명태나 가자미식해를 얹어 섞어먹는 집까지.
‘막국수=강원도’라는 공식을 깨는 곳이 있습니다. 경기 용인 고기리 장원막국수. 명성은 익히 들었는데, 정작 가장 춥던 지난겨울 첫 만남을 했습니다. 메뉴는 들기름막국수, 비빔막국수, 물막국수 딱 3종인데 모두 7000원입니다. 간판은 들기름막국수. 뽀얀 메밀면 위에 향긋한 들기름, 절구에 간 깨, 바삭하게 구운 김, 약간의 간장이 살포시 올라가 있지요. 위아래 뒤집어 먹으면 혼납니다. 위에서부터 살살 떠먹듯 먹은 뒤 마지막 3분의 1 정도 남았을 때 육수를 살짝 부어 먹습니다. 비빔 막국수의 양념장도 달거나 맵지 않게 은근히 입맛을 당기고, 물막국수는 심심한 첫인상 뒤에 고기향을 단단히 품고 있습니다.
막국수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면. 이곳에선 메밀 100%의 향과 맛, 식감을 온전히 살리기 위해 겉껍질을 깐 메밀쌀을 5도의 저온저장고에 보관합니다. 주방 제분기에서 하루 10번 정도 가루를 내고, 한 번에 10㎏씩 제분해 반죽한 지 1시간 내 면을 뽑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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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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