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인턴기자 리포트
중개업소 대신 앱 통한 직거래 선호
토요일 오전 늦잠을 자던 홍은정 씨(25)는 외부에서 자취집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깼다. 집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근처 중개업소 중개인이었다. 자취집 계약 만료가 다가오면서 새 임차인에게 집을 보여주려고 예고 없이 찾아온 것이었다. 홍씨는 “1주일에 서너 번씩 불쑥 들이닥친다”며 “옷을 갈아입고 있을 때 갑자기 현관문이 벌컥 열려 화들짝 놀란 적도 있다”고 말했다.
2030들은 부동산 중개업계에서 자신들이 ‘슈퍼 을’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부분 원룸 오피스텔 등 월세가 저렴한 집을 빌리는 데다 혼자 사는 경우가 많아 중개인의 배려가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중개인들이 느닷없이 찾아오는 경우가 가장 흔한 피해 사례다. 대학생 김 모씨는 “미리 약속을 잡고 와달라고 여러 번 부탁했는데도 매번 집 앞에 와서 ‘문을 열어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초인종을 눌러보지 않고 문부터 여는 사례도 가끔 발생한다. 공실이 생기길 원하지 않는 집주인이 중개인에게 현관 비밀번호를 알려주거나 마스터키를 주기 때문이다.
외출하고 아무도 없는 집에 중개인들이 무작정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 자취집 계약 기간이 한 달여 남은 강모씨(28)는 외출 중 방을 보러 왔다는 중개인의 전화를 받았다. 미처 집을 치우지 못해 지금은 곤란하다고 말했지만 막무가내였다. 끊임없이 걸려오는 전화에 할 수 없이 담뱃갑과 술병, 속옷이 나뒹굴고 있는 집을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 강씨는 “한 번 보고 말 사람에게 내 속살을 드러낸 느낌”이라며 불쾌해했다.
집을 구하기 위해 중개인과 함께 원룸 등을 방문하는 2030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학교 근처에서 원룸을 구하던 이모씨(28)는 “중개인과 방에 들어가는 순간 샤워 소리가 들려 당황했다”며 “아무리 중개인이지만 이렇게 막 들어가도 되나 싶었다”고 말했다. 원룸을 알아보던 김모씨(24)는 진한 스킨십을 나누던 커플을 마주했다. 허둥지둥 빠져나오느라 방 구조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 김씨는 “계약 종료 시점에 나도 이런 일을 당할까봐 불안했다”고 토로했다.
제대로 된 정보를 주지 않는 중개인도 적지 않다. 자취 5년차인 서모씨는 ‘해가 잘 드는 환한 집’이라는 추천을 받고 갔지만 오후 2시인데도 방 안이 어두컴컴해 황당했던 경험이 있다. 서씨는 “집 수준과 금액을 대충 아는데도 ‘이 근방은 원래 그렇다, 이 정도면 잘 나온 거다’라며 터무니없는 조건을 제시하는 중개인이 적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불편 때문에 많은 2030이 중개업소보다 온라인 카페나 앱(응용프로그램)으로 직거래하는 것을 선호한다. 최근 온라인 카페를 통해 자취방을 구한 이다현 씨(26)는 “허위 매물이나 사기 문제가 걱정되긴 하지만 직거래가 더 편하다”고 말했다.
남정민 인턴기자 jungmin280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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