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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코노미] 입주 1년 지났어도 절반 이상 빈 마곡지구 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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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12시에 찾은 서울 강서구 마곡나루역(지하철 9호선) 인근 ‘마곡나루역 캐슬파크’ 상가는 점심시간에도 한산했다. 입주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상가 공실이 절반을 넘어서다. 상가 61실(지상1~2층) 중 32실이 비어 있었다. 텅 빈 점포 곳곳엔 ‘권리금 없음’, ‘임대 급구’라고 쓰인 딱지가 열댓개씩 붙어 있었다. 단지 옆 ‘보타닉푸르지오시티(2017년3월 입주)’ 상가도 마찬가지였다. 149곳(지하2층~지상2층) 가운데 76곳이 공실이었다. 마곡동 L공인 관계자는 “초기 분양 열기에 비해 임대는 많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상권을 형성했다고 보기엔 미흡하다“고 전했다.

‘서울 마지막 대규모 택지’인 마곡지구 상가에 좀체 불이 켜지지 않고 있다. 분양 초기 최대 1억원까지 웃돈이 붙었던 분위기와 대조적이다. 국내 주요 대기업이 입주를 끝내지 않은 데다 일반 사무실 공실도 절반이 넘는 탓에 배후 수요가 충분하지 않은 탓이다. 마곡지구는 SH공사가 마곡·가양동 일원 366만㎡에 조성 중인 연구·산업단지다.

◆공실 길어지고 수익률 떨어지고

마곡지구에서 상가 공급이 많이 이뤄진 곳은 신방화역(9호선) 마곡나루역(9호선) 마곡역(5호선) 주변이다. 이중 마곡나루역·마곡역 주변은 인근에 터를 확보한 기업과 대형유통시설 입주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썰렁했다.

마곡나루역 인근에선 1층 공실도 즐비했다. 지난해 11월 입주한 ‘두산더랜드타워’는 현재 1층 상가 38실 중 33곳이 임차인을 구하지 못했다. 5호선 마곡역 인근도 별반 다를 게 없었다. LG사이언스파크(2020년 예정), 이화여자대학교 서울병원(2019년 예정)이 인근에 들어설 예정인 곳이다. 지난해 4월 입주한 ‘퀸즈파크나인’은 상가·사무실 462실 가운데 약 30%만 입주했다. 4층에 대형 영화관이 들어섰는데도 점포들은 수개월째 비어있었다. 이 상가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점포 소유주 대부분이 임차인을 못 구한 채 관리비만 내고 있다”며 “기업 입주가 끝날 2020년까지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아파트를 배후 세대로 두고 있는 신방화역 주변 상가는 그마나 공실이 많지 않았다. 근처에 초·중·고교가 몰려 있어 학원과 근린생활시설들이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상가를 분양받은 이들은 울상이다. 1년째 상가를 일부러 비워두고 있는 K씨는 “임대료가 너무 낮아 수익률이 나오지 않는다”며 “임대 보증금과 월세가 올라가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분양 당시 마곡지구 인기는 뜨거웠다. LG전자를 비롯해 코오롱 롯데 등 국내 대기업이 입주한다는 소식에 투자자들이 몰렸다. ‘마곡나루역 캐슬파크’ 상가는 7일 만에 분양 접수가 끝났다. 분양 이후엔 웃돈이 3000만원까지 붙어 거래됐다. 9호선 신방화역 인근 1층의 한 점포는 2014년 분양가(7억원)에 7000만원 웃돈이 붙은 7억7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지금은 웃돈이 거의 없어져 분양가에 거래된다. 한 소유주는 7억4700만원에 분양받은 마곡동 ‘에스비타워’ 9층 점포(전용 148㎡)를 최근 8억원에 급매로 내놨다. 인근 W공인 관계자는 “취득세(4.6%), 관리비 등을 고려하면 오히려 손실을 보고 내놓은 것”이라고 전했다.

임대료도 하락하는 추세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마곡동 상가 3.3㎡당 연평균 월임대료는 2016년 14만5000원에서 지난해 13만9000원으로 낮아졌다. 공실률이 높은 2층 상가는 시세보다 10% 낮은 임대료에 매물로 나오는 추세다. 인근 M공인 관계자는 “일부 임대인들은 공실을 막기 위해 시세 대비 10% 낮은 가격에 월세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마곡지구 오피스텔의 연간 임대수익률도 2015년 4.41%를 유지했으나 지난해 3.75%로 내렸다.


◆더딘 기업입주·고분양가

상권 형성이 늦은 이유는 무엇보다 기업 입주가 늦어서다. LG그룹 11개 계열사, 직원 2만2000명이 모일 LG사이언스파크는 2020년에야 완공된다. 코오롱 에쓰오일 등도 내년 입주를 끝낸다. 인근 K공인 관계자는 “주요 대기업 입주가 마무리되기 전까지 마곡지구 상권은 활성화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초기 분양가가 높아 수익률을 맞추기 어려운 것도 상권 활성화의 걸림돌이란 분석이 나온다. 마곡지구에서 현재 분양 중인 상가의 분양가는 3.3㎡당 7000만원(1층 기준)을 넘나든다. 2017년 분양된 ‘이너매스’ 상가의 1층 분양가는 3.3㎡당 7000만원에 달했다. 전용면적 기준으로 3.3㎡당 1억5000만원 안팎이다. LG사이언스파크 바로 앞에 자리잡고 있어 지구내 최고 수준의 분양가를 책정했다.

마곡역 주변 이면도로에서 분양되고 있는 R상가의 1층 분양가도 3.3㎡당 5000만원 수준으로 높다. 전용면적 기준으로 3.3㎡당 1억2000만원 안팎이다. 18억 5000만원짜리(전용 51㎡) 1층 상가를 분양받은 이가 4.5% 수익률을 내려면 월 임대료 700만원을 받아야 한다. 이 정도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업종이 많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기업 입주가 더뎌 상권 형성이 덜 된 데다 임대료도 높아 임차인을 구하기 어렵다”며 “상가 공실이 2~3년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양길성/민경진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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