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추경' 논란
예산 집행 두 달 만에 재정 투입 추진
김동연 부총리 이틀 연속 "추경 배제 안해"
청년실업 등 심각하다지만…"성급" 중론
야권 "표심 잡기 위한 정치적 추경" 반발
[ 김일규 기자 ]
정부가 올해 사상 최대인 19조원 규모의 일자리사업 예산 집행을 시작한 지 두 달도 안 돼 최소 10조원에서 최대 20조원 규모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사실상 들어갔다. ‘청년 실업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이유에서지만 올해 일자리 예산을 20%도 쓰지 않은 시점에서 또 재정부터 투입하겠다는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추경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예산집행 두 달도 안 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세종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정부세종청사 어린이집 졸업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특단의 대책을 준비 중이며 필요하면 추경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에게 경제현안 보고를 한 뒤 기자간담회에서 추경 얘기를 처음 꺼낸 데 이어 이틀 연속 필요성을 강조해 추경을 기정사실화했다는 게 정부 안팎의 분석이다.
기재부 예산실은 추경 편성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추경 규모는 10조~15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일자리 추경 규모가 11조원에 달했지만 문 대통령이 올해 들어 다시 ‘특단의 대책’을 지시한 점을 감안하면 작년 규모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추경 재원으로 쓸 수 있는 세계잉여금(세입-세출-이월액)이 11조3000억원에 달하는 데다 지난해 세금이 예상보다 23조원이나 더 걷혀 적자 국채를 발행하지 않고도 추경 편성이 가능하다는 게 정부 계산이다.
일각에서는 추경 규모가 2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정부가 초과 세수를 국채 상환에 쓰지 않고 올해 20조~30조원의 ‘슈퍼 추경’에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추경 시기·요건 논란
그러나 아직 올해 본예산에 책정된 일자리 예산이 20%도 집행되지 않은 시점에서 김 부총리의 추경 편성 발언은 다소 성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올해 일자리 예산으로 작년보다 12.4%(2조1000억원) 늘린 19조2000억원을 책정, 1분기까지 전체의 34.5%를 집행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정부 내에서도 “이미 책정된 예산부터 제대로 쓴 뒤에도 실업률이 높아지면 추경을 고려해야 한다.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추경 요건에 맞는지도 논란이다. 국가재정법은 전쟁 및 대규모 재해가 발생한 경우 또는 경기침체, 대량실업 같은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 우려가 있는 경우 추경을 편성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1월 청년(15~29세) 실업률이 8.7%로, 작년 1월 대비 0.1%포인트 높아지는 등 청년 일자리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특히 2월 청년 실업률은 10%를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2월 실업률은 ‘졸업시즌’ 때문에 매년 12% 안팎을 기록하고 있어 ‘중대한 변화’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한국GM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량실업을 우려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대량실업이 발생하지 않도록 GM과 협상 중 아니냐”며 “만약 협상이 틀어지더라도 예비비로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자리 추경 효과도 논란
작년에도 일자리 추경으로 11조원을 편성·집행했지만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있다.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을 잠재성장률 수준인 3%로 예측해놓고 추경을 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실업률 지표가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민간 일자리 수요를 확대하는 정책 대신 재정 투입만으로는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정부·여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잡기 위해 정치적 추경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추 의원은 “최저임금 인상 등 일자리 문제를 악화시키는 정책의 방향을 바꾸는 게 핵심인데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손쉽게 쓸 수 있는 재정을 풀어 해결하겠다는 의도”라며 “국가부채가 계속 늘어나는 만큼 재정건전성을 지키려면 결국 세금을 더 걷어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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