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조 투자 시스템 반도체 강화
"파운드리 강자 TSMC 넘겠다"
최첨단 EUV라인으로 고효율
슈퍼컴퓨터용 시스템반도체 생산
[ 노경목/좌동욱 기자 ] 1999년 첫 삽을 뜬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 마지막 공장이 들어선다. 최첨단 미세공정인 극자외선(EUV) 설비를 바탕으로 한 파운드리(반도체수탁) 공장이다. 반도체에서만 지난해 35조원을 벌어들인 자금력을 앞세워 약점으로 지적돼 온 시스템 반도체 부문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다.
삼성전자는 23일 화성사업장에서 ‘화성 EUV 라인 기공식’을 열고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갔다. 투자 규모는 2020년까지 60억달러(약 6조5000억원)로 책정됐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다소 유동적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내년 하반기 완공해 시험 생산한 뒤 2020년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EUV는 웨이퍼에 반도체 회로를 그리는 노광기 중 최첨단 장비다. 지금까지 사용돼 온 불화아르곤 장비보다 파장이 짧아 더 미세한 회로를 그릴 수 있다. 선폭 1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하 회로를 그리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장비다. EUV를 이용한 삼성전자의 7㎚ 공정을 적용하면 기존 10㎚ 공정과 비교해 똑같은 웨이퍼에서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가 40% 늘어난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업체 TSMC와의 기술 경쟁에서 승기를 잡았다는 의미도 있다. TSMC는 올 들어 7㎚ 공정을 적용하고 있지만 극자외선(EUV)이 아니라 기존 장비로 회로를 여러 차례 그리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EUV 공정과 비교해 효율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2012년부터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회사 ASML에 자금까지 대며 EUV 개발을 지원해왔다. EUV는 대당 1500억~2000억원으로 반도체 장비를 통틀어 가장 비싸다.
삼성전자는 화성 EUV 라인을 통해 모바일과 서버, 가상화폐, 슈퍼컴퓨터 등에 사용되는 첨단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이다. 지난 22일 위탁생산 계획을 발표한 퀄컴의 5세대(5G) 이동통신용 반도체 ‘스냅드래곤 5G’도 화성 S3라인과 함께 이곳에서 제작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D램 시장의 46%, 낸드플래시 시장의 38%를 점유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지만 시스템 반도체를 주로 만드는 파운드리 시장의 점유율은 8%에 불과하다. 관련 시장의 50%를 장악한 TSMC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9774억대만달러(약 36조원)에 이르는 등 파운드리 시장 규모도 만만치 않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등락이 심한 가운데 삼성전자가 파운드리사업을 강화하면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다. 메모리 반도체에서 높은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는 지금이 투자 적기다.
화성 EUV 라인은 1999년부터 조성을 시작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의 마지막 공장이라는 의미도 있다.
삼성전자는 같은날 수원 디지털시티에서 이사회를 열고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과 김선욱 전 이화여대 총장, 박병국 서울대 교수를 새 사외이사로 다음달 주주총회에 추천하기로 했다. 사외이사에 외국계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여성을 포함하기로 2016년 11월 결정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지난해 말 새로 대표이사로 임명된 김기남 김현석 고동진 사장이 등기이사로 내정되고, 이상훈 전 최고재무책임자(CFO·사장)는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됐다. 지난 5일 풀려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화성 EUV 라인 기공식과 이사회에 모두 참석하지 않았다.
노경목/좌동욱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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