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슨 퍼먼 <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 >
3% 성장 기대는 어리석어
소비가 주도한 美 성장세 약화
저축 줄여온 가계도 취약해져
낙관 전망에 기댄 정책은 '금물'
1.5~2.1%가 예상 성장 범위
감세 등 2500억弗 부양 효과로
올해까진 성장 모멘텀 유지해도
노동력 확보·생산성 향상 '난망'
[ 양준영 기자 ]
지난해 미국 경제에서 좋았던 것은 대부분 지속 가능하지 않았고, 지속 가능한 것은 대부분 좋지 않았다. 금융위기가 끝난 지 10년째지만 아직도 미국 경제가 연 3%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는 신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2017년 경제성장률은 2.5%에 불과했고, 이마저도 오래 지속될 것 같지 않다. 이것이 ‘뉴 노멀(새로운 기준)’인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기 시작한 이후 예상됐던 ‘올드 노멀(오래된 기준)’로 돌아가는 것이다. 정책 결정자들은 장기 경제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하지만, 비현실적인 기대에 근거한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
경제성장은 두 가지 원천에서 나온다. 첫째, 경제가 최대 생산능력에 가까워지거나 그 이상으로 진행된 데 따른 수요 측면에서의 경기순환적 반등이다. 둘째는 근본적인 잠재 생산량의 증가다. 이는 공급 측면으로 불리며 노동력이나 생산성 증가에 의해 주도된다.
문제는 지난해 경제성장의 절반 이상이 경기순환적 요인에 기인한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가 완전 고용 또는 그에 근접한 고용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생산성이 훨씬 더 높아지지 않으면 미국이 연 2%의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달성하는 것은 어렵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최근 요동친 주식시장은 지속 불가능한 성장을 생생히 보여주는 사례다. 작년에 주식시장은 19% 상승했고, 자산 효과를 통해 소비지출을 늘렸다. 이런 소비 급증은 국내총생산(GDP)이 약 0.75%포인트 증가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4년 연속 소비지출은 GDP보다 빠르게 증가했고, 개인 저축률은 거의 사상 최저인 2.4%로 떨어졌다.
이제 시장 조정이 나타났고, 최근 반등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여전히 최고치 대비 6% 하락했다. 현재의 높은 주가수익비율(PER)이 당연하다는 주장은 앞으로 이익이 더 적을 것이라는 의미다. 이는 또한 미국이 누리고 있는 소비 주도 성장을 약화시키고, 지난 몇 년간 부채를 늘리고 저축을 줄여온 가계를 취약하게 할 것이다.
지속 가능한 성장의 발목을 잡는 또 다른 요인은 달러 가치 하락이다. 지난해 달러의 실효환율은 7% 하락했다. 미국이 금리 인상과 재정적자 확대를 통해 사실상의 강(强)달러 정책을 추진했지만 예기치 못한 강력한 글로벌 성장으로 상쇄됐다. 달러 약세는 무역적자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됐다. 순수출은 지난해 GDP 증가율을 0.1%포인트 낮추는 데 그쳤다. 2013~2016년에는 평균 0.5%포인트였다.
감세와 예산안이 올해 수요 측면에서 약 2500억달러의 경기부양 효과를 제공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성장 모멘텀은 2018년에도 지속될 수 있다. 현재 4.1%인 실업률이 3%대로 떨어질 수도 있는데, 이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달러 약세로 인한 혜택이 찾아올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 중앙은행(Fed)이 추가적인 재정부양을 상쇄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2018년 이후에는 이런 요인들이 효력을 잃기 시작할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2017년과 마찬가지로 실업률이 지속적으로 1년에 0.6%포인트 하락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성장은 공급 측면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더 많은 노동력을 확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현재의 이민율이 계속 유지되고 연령별 취업률이 안정적이라고 가정하면 노동력은 향후 10년간 매년 0.5%포인트씩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1950년대 이후 남성의 노동참여율이 꾸준히 떨어지고 있고, 2000년께부터는 여성도 비슷한 상황이어서 이 점에 기대를 거는 것은 경솔하다.
생산성 향상은 훨씬 더 불확실하다. 생산성 통계는 보통 농업과 정부 부문을 제외하고 발표하는데, 이는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만 다루고 있음을 뜻한다. 대신 경제 전체의 성장을 예측하는 데 적절한 생산성에 대해 살펴보자. 2017년 경제 전반의 생산성은 0.9% 증가해 지난 10년간 연평균 1%에 약간 못 미쳤다. 이 비율이 계속된다면 향후 몇 년간 경제성장률은 평균 1.5%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2007~2017년의 생산성 수치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악영향을 반영해 너무 비관적이다. 이 경우 지난 50년간 경제 전반의 평균 생산성 증가율은 1.6%가 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전체 성장률의 기준선을 2.1%로 밀어올릴 것이다.
향후 5년 또는 10년간 실질 성장률은 1.5~2.1% 범위에서 달라질 수 있지만 이 범위를 크게 벗어날 것으로 예측할 근거는 거의 없다. 여러분이 크리스마스 때 보스턴의 최고기온을 예측해보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상상해보라. 아마도 화씨 43도(섭씨 6.1도·10년 평균) 혹은 화씨 40도(섭씨 4.4도·50년 평균)라고 답할 것이다. 화씨 20도(섭씨 영하 6.7도)나 화씨 60도(섭씨 15.5도)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어리석은 예측이 될 것이다.
느린 성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잘못이라기보다는 그의 세대의 잘못이다. 1946년 태어난 트럼프 대통령은 베이비붐 세대의 첫 번째 물결에 서 있었다. 지금까지 베이비붐 세대의 40%가 직장을 그만뒀다. 이는 예상됐던 일로, 지난 2005년 사회보장이사회가 2020~2030년 연 평균 경제 성장률을 1.8%로 예측한 이유다. 이후 데이터를 추가로 반영하면 그 예측은 오히려 하향 조정돼야 할 것이다. 미국인들은 이런 기본적인 현실을 잊어버렸을 뿐이다. 정부 정책과 기업 의사결정이 높은 성장률에 대한 그릇된 희망에 근거한다면 그 결과도 헛된 기대일 수밖에 없다.
원제=As Boomers Go Gray, Even 2% Growth Will Be Hard to Sustain
정리=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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