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미국 연구진이 인간 줄기세포를 양(羊) 배아에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동물 체내에서 키운 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할 날이 멀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일본 도쿄대·미국 스탠퍼드대 공동 연구팀은 18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전미과학진흥협회에서 “인간 줄기세포를 양과 염소 배아에 접목해 3주 동안 키우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 유전자 편집 기술인 ‘크리스퍼’ 가 활용됐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을 기반으로 인간의 줄기세포를 동물 배아에 넣어 필요한 장기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FT는 “인간 장기 이식을 위한 수십년 동안의 동물 연구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게 됐다”고 평가했다.
도쿄대 연구팀을 이끄는 나카우치 히로 교수는 생쥐(mouse)와 큰 쥐(rat) 사이의 췌장 이식에 성공한 경험을 갖고 있다. 큰 쥐 몸에 생쥐의 췌장을 키워 이를 당뇨병을 가진 생쥐에 이식하자 거부반응 없이 혈당 조절물질인 인슐린이 정상적으로 분비됐다. 그는 일본에선 대(大)동물 연구가 금지돼 미국에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학계에선 만능 줄기세포를 양이나 돼지에 활용하면 환자의 유전자와 비슷한 장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대한 환자의 유전형질과 비슷하게 만들어 면역 거부 반응을 없애는 것이 목표다.
파블로 로스 스탠퍼드대 교수는 “동물에서 자란 장기가 인간 면역체계를 훼손하지 않고 제기능을 할 수 있도록 연구 중”이라며 “돼지나 양은 인간의 장기와 비슷하고 빨리 자라기 때문에 연구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장기 부족으로 미국에서만 매일 20명이 목숨을 잃는다”고 지적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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