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판결' 후폭풍
법조계도 의견 엇갈려
"뇌물 주는 사람이 금액 깎나"
재판부, K재단 지원액 롯데가 뇌물로 인식했다는
증거 판결서 제시 안해
"박근혜·신동빈 독대 시점, 면세점 특허 추가결정 이후
뇌물 줄 이유 없었다"
[ 고윤상/안재광 기자 ]
“이인원은 요구에 불응할 경우 기업 활동 전반에 걸쳐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했다.”
검찰이 지난해 4월17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적은 내용이다.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이 2016년 8월 검찰의 롯데그룹 경영비리 조사를 앞두고 유명을 달리해 심중(心中)을 확인할 수 없는데도 이를 사실인 양 공소장에 적어 ‘고인을 조사했다는 거냐’는 비판을 받았던 대목이다. 공소장은 면담의 구체적 내용을 특정하지 못하거나 법리 구성의 핵심적인 사실을 뭉뚱그렸다는 지적도 받았다.
◆롯데가 최순실 존재 알았다?
신 회장을 법정구속한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의 판결에 법조계의 이견이 만만찮다. 사실관계에 대한 허술한 검증과 부실한 인과관계의 검찰 공소장을 거의 그대로 인정한 판결이라는 평이다.
재판부는 신 회장이 2016년 3월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하면서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취득과 관련한 청탁을 목적으로 70억원을 건넸다는 취지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면세점 특허 취득이라는 ‘구체적인 현안’이 있었다는 점에 주목해 묵시적 청탁이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이 경우 롯데가 최씨의 존재를 인지했다는 전제가 필수적임에도 판결에서는 별다른 설명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묵시적 청탁의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선 K스포츠재단과 최씨의 관계,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의 공모관계를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게 법조계 설명이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롯데가 이를 인지했다는 정황증거가 나오지 않았다. 신 회장이 관련 내용을 보고받고 책임 있는 의사결정을 했다는 내용도 공소장에 담기지 않았다.
롯데가 박 전 대통령 요구에 응해 지원한 것이므로 ‘통로’ 역할을 한 최씨의 존재는 중요치 않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대가성’을 인정하려면 엄격한 입증이 전제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요구에 응했더라도 공익적 목적으로 지원한 것이라면 기업의 일반적인 사회적 공헌과 다를 바가 없다”며 “최씨가 공익을 사익으로 전환하는 ‘컨버터’ 역할을 했다면 이를 롯데가 인지했는지를 당연히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가 지원 요구에 응한 롯데의 심증을 추론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재판부는 “지원 과정에서 나타난 롯데그룹 관계자들의 모습, 후원금 반환 경위 등을 종합해보면 롯데가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지원한 행위는 그 지원이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와 관련된 대통령의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라는 점에 관한 공통의 인식 또는 양해하에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뇌물 주는 사람이 금액 깎나”
당시 사실관계를 종합해봐도 70억원이 뇌물의 성격을 갖는다는 검찰의 공소사실과 재판부의 판단은 명확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롯데 측은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출연하기로 한 것이 면세점 특허권을 받아내기 위한 뇌물일 수 없다고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시점부터 다르다. 신 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독대를 한 시점은 2016년 3월14일이다. 독대한 이후 뇌물로 70억원을 줬다면 그 이후에 롯데가 특혜를 받았어야 한다. 하지만 롯데가 바랐던 시내면세점 특허 추가건은 그해 1월 기획재정부 신년 업무 계획에 포함돼 있었다.
기재부와 관세청은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발급을 그해 2월 사실상 확정했고 이 내용이 언론에도 알려졌다. “신 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만났던 시점에 면세점 부정청탁을 위해 뇌물을 줄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돈을 깎거나 용도를 바꾸려던 롯데의 행동도 뇌물공여자의 상식적 행동과는 다르다는 지적이다. 롯데는 처음에 70억원의 절반인 35억원만 지원하려고 했다. 이후에는 스포츠센터를 지어주겠다고 역으로 제안했다. 롯데 관계자는 “전국 5대 거점 지역에 인재 육성센터 건립을 지원한다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출연을 결정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에서 관세청이 평가 점수를 조작해 롯데면세점을 떨어뜨린 사실이 나왔는데, 이번 판결로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특허권을 취소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앞뒤가 안 맞는 상황이 너무 많다”고 덧붙였다.
고윤상/안재광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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