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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 칼럼] 올림픽의 숨은 조력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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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4대 국제 스포츠 이벤트는 하계올림픽·동계올림픽·월드컵·세계육상선수권대회다. 하·동계올림픽을 다 개최한 국가는 8개국이다. 월드컵을 포함하면 6개국, 세계육상선수권까지 합치면 5개국이다. 한국은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과 함께 4개 대회를 유치한 다섯 번째 나라다.

이 과정에는 ‘숨은 조력자’들의 땀과 눈물이 배어 있다. 한국이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유치하겠다고 나선 1981년 국제사회는 코웃음을 쳤다. 1974년 아시안게임을 유치하고 포기한 전력이 있는 데다, 북한의 테러 위협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유치위원장을 맡은 정주영 현대 창업자는 이 같은 상황을 거꾸로 활용했다.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은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때문에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불참했고,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 소련 등 공산 국가들이 불참하면 또 반쪽 올림픽이 된다. 이렇게 손상된 올림픽 정신을 분단국인 한국에서 회복하는 것은 역사적인 일이다.”

그는 이 같은 명분을 제시하면서 일본 나고야로 거의 확정됐던 개최지를 서울로 바꿨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의 호텔방에 매일 생화를 배달해 감동시킨 일화도 유명하다. 이런 노력은 2002년 월드컵 유치 주역(정몽준 전 대한축구협회장)으로 대를 이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전은 더 치열했다. 2003년 체코 프라하에서 1차투표 1위를 하고도 결선투표에서 캐나다 밴쿠버에 패했다. 4년 뒤 과테말라 수도 과테말라시티에서도 1차 승리 후 결선에서 러시아 소치에 졌다. 다시 4년 뒤인 2011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삼수’ 끝에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피겨 퀸’ 김연아 선수,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문대성 선수 등이 총력전을 펼쳤다. 점심과 저녁을 거르며 IOC 위원들을 만난 이건희 삼성 회장은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감격의 눈물을 쏟았다.

조양호 회장은 서울올림픽 때의 조중훈 선대 회장과 함께 2대에 걸친 올림픽 조력자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수많은 기업인도 평창 동계올림픽에 힘을 보태고 있다. 재계의 후원·기부금이 목표액 9400억원을 넘어 1조원을 돌파했다.

금융권은 후원금 외에 현장 인력들에게 생필품을 제공하기로 했다. 중소·중견기업들도 적극 나섰다. 한샘은 올림픽선수촌에 가구 3만여 점을 공급했고, 한글과컴퓨터는 ‘지니톡’을 통해 음성인식 통·번역 서비스에 나섰다.

2만4000여 명의 자원봉사자는 더 빛나는 조력자다. 이들은 안내, 기술, 언어, 의무 등 7개 분야에서 ‘보이지 않는 손과 발’ 역할을 한다. 이렇게 많은 이의 ‘꿈의 총합’이 오늘부터 평창에서 꽃으로 피어난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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