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 카페
기하급수적 기술변화 간과하고
산술급수 사고로 예측하다 실패
모토로라 '이리듐 모멘트' 명심
불확실한 미래 못 참는 본성이
틀릴 줄 알면서도 예측 내몰아
결국 보고 싶은 것만 보게해
5개년 계획의 계절이 돌아왔다. 아니 3개년 계획인가. 예전에 필자가 기업에 있을 때 5개년 계획을 수립했다. 사실 입사 초가 5개년 계획이었고 나중에는 3개년 계획 정도로 바뀌었다. 주로 기획팀이 큰 시장 변화, 경쟁, 소비자 변화 등의 꼭지들을 잡고 거기에 맞춰 개발팀이 제품 개발 로드맵을 그리고 각 영업 팀이 연도별, 지역별, 숫자 목표를 잡는 그런 식이었다. 만들고 나면 꽤나 열심히 일했다는 생각과 이제는 실행만 남았다는 생각에 굉장히 뿌듯했다.
이런 5개년 계획은 기본적으로 산술급수적 사고에 기인한다. 횡축에 시간을, 종축에는 기술 등 요소를 놓고 선을 쭉 그어 변화는 그 선 위에 있다는, 그래서 변화는 예측 가능하다는 생각을 전제로 한다. 과거에는 분명 일정 부분 성과도 있었다. 옛소련은 1928년 국민경제 5개년 계획을 통해 1938년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했다. 우리나라도 국가 주도로 1962년 1차 5개년 경제 개발 계획으로부터 1992년 7차까지 5개년 경제 계획을 통해 국가 주도의 급속한 공업화를 달성할 수 있었다.
1990년대 말 모토로라의 이리듐 실패는 ‘이리듐 모멘트’라는 말을 만들 정도로 기하급수적 기술 변화를 산술급수적 사고로 예측한 대표적 실패 사례로 꼽힌다. 지구 저궤도에 77개의 인공위성을 띄워 세계 어디든 단일 가격으로 이동전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통신료가 너무 비싸 만일 100만 명이 위성전화기 한 대에 3000달러씩을 내고 추가로 분당 5달러의 이용료를 낸다면 이리듐은 금세 수익을 올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예측에 기반해 50억달러의 투자가 이뤄졌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는 기지국 설치 비용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네트워크 속도가 몇백 배씩 개선돼 통신료가 급격하게 떨어짐에 따라 처참하게 실패했고, 오늘까지 기술혁신의 가장 드라마틱한 희생양으로 회자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보면 5개년 계획의 내용과 숫자는 많은 부분 맞지 않았다. 그러나 틀릴 줄 알면서도 왜 그렇게 매년 우리는 집착했을까. “뭔가를 했다” “우리는 준비돼 있다”라는 심리적 편안함도 있었겠지만 아마 가장 큰 이유는 불확실한 미래를 참을 수 없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미국 하버드대의 심리 실험 결과를 봐도 인간은 놀라울 정도로 불확실성을 싫어한다고 한다. 그러나 불확실성을 싫어해 예측하게 되면 그때부터 우리는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확증 편향’에 빠져 또 다른 ‘이리듐 모멘트’를 만들게 될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산술급수적 예측 가능의 시대가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하급수적 변화가 상수이고 불확실성이 일상인 ‘생각의 혁명’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을 바꿀 때만 우리는 기하급수적 변화 속에서 기하급수적 성장의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전창록 <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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