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당시 계엄군이 비무장 상태의 광주시민들에게 헬기 사격을 한 사실이 38년 만에 공식 확인됐다.
군 당국은 그동안 목격 증언에도 "광주에서 헬기 기총소사는 없었다"며 부인해왔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국방부 5·18 특별조사위원회가 잇따라 헬기 사격을 입증하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헬기 사격 논란이 재점화된 것은 2016년 광주 전일빌딩 리모델링 사업이 본격화되면서부터다.
건물 10층에서 외부에서 날아든 것으로 보이는 탄흔이 다수 발견되자 5월 단체와 광주시 등의 의뢰를 받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조사에 착수했다.
전일빌딩은 '광주 동구 금남로 1가 1번지'라는 주소가 대변하듯 광주 현대사 중심에 있던 공간으로, 5·18 당시 옛 전남도청 광장, 분수대에서 쫓겨온 시민이 몸을 숨기기도 했던 곳이다.
1968년 12월 7층 건물로 준공된 뒤 이후 4차례 증·개축을 거쳐 10층 규모인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국과수는 2016년 9월∼12월까지 3차례 현장조사를 통해 외벽 35개, 10층 기둥과 천장 바닥 등에서 150개의 탄흔을 발견했다.
국과수는 지난해 1월 12일 광주시에 전달한 법 안전감정서를 통해 '발사 위치는 호버링(hovering·항공기 등이 일정 고도를 유지한 채 움직이지 않는 상태)상태의 헬기에서 발사한 것으로 추정되나 사용 총기 종류에 관해서는 판단을 유보한다'고 밝혔다.
이후 광주시와 5월 단체, 정치권 등에서 진상규명 요구가 확대됐다.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은 지난해 2월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재 군에 있는 자료로는 확인이 제한된다. 진상규명위원회가 꾸려지면 최대한 협조하겠다"며 헬기 사격을 부인해왔던 입장을 30여 년 만에 바꿨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23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게 5·18 당시 공군 전투기 부대의 광주 출격 대기 명령 여부와 전일빌딩 헬기 기총 사격 사건에 대한 특별조사를 지시했다.
국방부는 지난해 9월 11일 군 인사와 민간 변호사 등으로 꾸려진 5·18 특별조사위원회를 출범하고 조사를 시작했다.
특조위는 약 5개월간에 걸쳐 62만 쪽에 이르는 자료를 수집·분석하고 당시 광주에 출동했던 190개 대대급 이상 군부대 및 관련 기관, 군 관계자와 목격자 등 총 120명을 조사했다.
특조위는 그동안의 조사 결과를 담아 7일 육군이 1980년 5월 21일과 5월 27일 광주시민들에게 헬기 사격을 했고, 공군이 무장 전투기를 대기시켰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군의 지시문서와 명령, 목격자 증언, 광주 전일빌딩에서 발견한 탄환 등을 근거로 광주에 출동한 헬기 40여 대 중 일부 500MD 공격헬기와 UH-1H 기동헬기에서 광주시민에게 사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다만, 당시 헬기 조종사들은 무장 상태로 비행했지만 사격은 하지 않았다고 부인하거나 조사에 불응했고 헬기운행일지 확인 등도 하지 못 했다.
특조위는 보고서를 통해 "군이 전투 상보, 장병 체험수기 등을 왜곡하고 보존 연한 경과 등을 이유로 일부 문서 원본을 폐기해 '가짜와의 전쟁'을 치러야 했다"며 "5·18 진상규명을 위해 특별법이 조기에 마련되고 독립적인 조사기관의 성역 없는 조사가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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