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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채용비리]CEO·사외이사도 연루…'근로자이사제' 도입 탄력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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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의 채용비리 문제가 또 도마 위에 오르면서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최고경영자(CEO)와 사외이사가 특혜 채용 논란 중심에 서면서 새로운 견제 시스템인 근로자이사제(노동이사제)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KB국민, KEB하나, 대구, 부산, 광주은행 등 5곳의 채용비리를 적발하고 관련 내용을 검찰에 참고자료로 제공했다.

금감원은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친척을 특혜 채용했다고 보고 있으며, KEB하나은행의 경우 사외이사와 관련된 지원자에게 특혜를 줬다고 보고 있다. 계열회사인 하나카드 사장인 자녀도 임원 면접 점수를 임의 조정해 합격시킨 것으로 파악중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금융사의 채용비리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해당 회사 이사회에 최고경영자(CEO)와 감사 해임을 건의하는 등 엄중 처벌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KB국민은행은 검찰조사를 통해 모든 것이 밝혀질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드러낸 반면, KEB하나은행은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금감원이 사실이 아닌 정황만으로 의혹을 부풀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감원의 조사 결과가 사실이건 아니건 간에 은행권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으로 추락했다는 게 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바람잘 날 없었던 은행업계에 드디어 폭풍이 상륙한 듯 하다"며 "셀프연임 논란을 불러일으킨 국민은행, 하나은행에서 비리가 적발됐다는 게 의아한 부분이 있지만 신뢰도와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은 건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이낙연 경제부총리는 "은행권은 청년들이 가장 선망하는 직장이므로 채용과정이 더 공정해야 하는데 참으로 개탄스럽다"며 "사회의 신뢰를 훼손한 중대한 적폐이므로 철저한 수서와 사법처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번 채용비리 문제가 더 우려스러운 점은 그룹을 이끄는 수장에서부터 최고경영자를 감시·견제해야 할 사외이사까지 비리가 얽혀 있다는 점이다. 은행권의 내부 감시 시스템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금융사들은 오는 3월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를 물갈이 할 예정이지만,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미흡해보인다. 이에 정치권을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이슈가 됐던 근로자이사제를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근로자이사제란 노동조합이 이사를 선임해 이사회에 파견하는 제도다. 노동이사제라고도 불린다. 다른 이사들과 달리 근로자 특유의 지식과 경험을 살려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할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한편에선 경영권 침해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근로자이사제의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우 원내대표는 "금융권 채용비리는 사외 이사 제도 같은 내부견제 시스템이 작용하지 않은 구조적 문제도 있다"며 "채용비리는 대표이사 등을 통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근로자이사제를 도입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셀프연임' 등 지배구조 논란이 불거지면서 금융당국은 노동조합의 사외이사 추천제 도입을 사실상 권고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의 공식 자문기관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혁신위)가 최종권고안에 민간금융회사도 근로자이사제를 도입해야한다고 내용을 포함시킨 것이다.

은행권에서는 '울며 겨자먹기'로 노동이사제 도입에 대한 내부 검토에 들어간 상황이다.

현재 발빠르게 나서고 있는 곳은 KB금융과 신한지주 노동조합이다.

양측은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를 추천하기 위해 준비중이다. 우리은행 노조 측도 근로자 추천이사제 도입 추진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우리사주조합은 지난달 지분공시에서 주식보유목적에 '주주제안'을 추가하기도 했다.

시중은행 노동조합 관계자는 "현재의 사외이사 시스템으로는 지배구조 문제, 회전문 인사, 채용비리 등의 문제가 계속 불거질 것"이라며 "노조도 하나의 이익단체라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근로자이사제가 내부 감시시스템을 훨씬 투명하게 만드는데 기여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도 "채용비리가 연이어 터져나온 상황에서 은행이 더이상 근로자이사제를 막을 명분은 없어보인다"며 "다른 대안이 없는 이상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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