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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경고음 커진 중국… "금융시스템 엉망, 리먼사태전 미국보다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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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개혁파' 러우 전 재무장관
"유동성 넘치는데 차입비용 높아
시스템 왜곡… 위험 가려져있다"
은행당국도 '블랙스완' 리스크 경고

막대한 부채규모가 원인
총부채비율 GDP의 260% 수준
금융위기 터질 가능성 2~3배↑"



[ 강동균 기자 ] 중국의 전·현직 고위관료들이 잇따라 중국의 금융위기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은행 당국의 수장이 금융 안정성에 우려를 표시한 데 이어 전직 재정부 장관이 중국의 금융위험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직전의 미국보다 심각하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외부 전문가, 연구기관뿐 아니라 중국 내부에서도 중국의 금융위기 발발 위험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금융 상황 ‘엉망진창’

3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러우지웨이(樓繼偉) 중국 전국사회보장기금(NCSSF) 이사장은 지난 주말 베이징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중국의 금융시스템은 심각하게 왜곡되고 엉망진창이 됐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의 미국보다 위험 수준이 높을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1980년대 이후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을 마련하는 데 일조한 러우 이사장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재정부 장관을 지냈다.

러우 이사장은 “10년 전 미국 금융시장과 비교하면 중국의 금융 부문 상황은 훨씬 더 지저분하다”며 “중국에 체계적인 금융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했다. 그는 금융시스템이 왜곡된 대표적인 사례로 통화완화정책으로 유동성이 풍부한데도 차입 비용이 높은 점을 꼽았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광의의 통화(M2) 비율은 200%를 넘는다. 지난해 말 기준 M2 공급량은 167조6800억위안으로 명목 GDP의 203%에 달했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의 두 배를 넘는 수준이다. 반면 상하이 은행 간 평균 금리는 연 4.09%로 미국의 연 1.10%보다 훨씬 높다.

러우 이사장은 “개인 간(P2P) 대출, 보험상품 등 현란한 금융 채널과 금융회사가 중국의 복잡한 차입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며 “많은 금융회사와 준(準)금융회사가 당국의 규제를 우회하는 등 중국만의 독특한 금융시스템으로 위험이 가려져 있다”고 지적했다. 러우 이사장은 중국 내에서 대표적인 개혁 성향의 경제·금융 전문가로 꼽힌다. 재정부 장관에서 퇴임한 뒤 정부의 경제·금융 정책에 지속적으로 쓴소리를 하고 있다.


◆“‘블랙스완’ ‘회색 코뿔소’ 막아야”

궈수칭(郭樹淸) 중국 은행감독관리위원회 위원장도 최근 ‘블랙스완(검은 백조)’이나 ‘회색 코뿔소’와 같은 숨은 위험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위협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블랙스완은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일단 출현하면 큰 충격을 주는 위험을, 회색 코뿔소는 지속적인 경고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쉽게 간과하는 위험 요인을 말한다.

궈 위원장은 지난 17일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악성 부채 증가, 금융회사의 불완전한 내부 위험 관리 시스템, 상대적으로 높은 그림자금융 비중, 규율 위반 등이 금융위기 위험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막기 위해선 기업 부채비율 감소와 가계 대출 제한, 그림자금융 해체 작업 등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장 역시 지난해 말부터 지속적으로 중국 금융시장의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저우 행장은 “전체적으로 보면 중국 금융 상황은 좋은 편이지만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며 “중국이 마주하고 있는 금융 위험을 정확히 파악해 블랙스완과 회색 코뿔소 모두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우 행장은 △정부와 기업의 막대한 부채 △부실 대출 증가로 인한 금융회사의 건전성 악화 △모든 영역을 넘나드는 그림자금융을 3대 위험 요소로 꼽았다.

SCMP는 “그동안 해외 전문가 및 연구기관에서 중국의 금융위기 가능성을 제기해온 것과 달리 올해 들어선 중국 내부에서 위기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

◆해외기관도 우려 목소리

독일 도이치뱅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에서 금융위기가 터질 확률이 다른 고위험 국가보다 두세 배 높은 13%라고 밝혔다. 급증하는 부채를 최대 원인으로 꼽았다.

도이치뱅크는 2008년 이후 중국의 GDP 대비 가계 및 기업 부채 비율이 두 배로 올라 금융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중국의 GDP 대비 총부채 비율은 2008년 140%에서 지난해 260%로 치솟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의 부채 증가가 ‘위험한 궤도’를 달리고 있다며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BIS도 중국 정부가 부채 증가 속도를 방치하면 4년 내에 중국발(發) 글로벌 금융위기가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이징에 있는 한 투자은행의 수석애널리스트는 “올해 중국 정부가 부채 축소를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정한 것은 금융위기 가능성을 둘러싼 위기감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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