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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최소량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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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승용 < 농촌진흥청장 syna6513@korea.kr >


지난주 농업 현장에서 귀한 분을 만났다. 대안학교 교사에 뜻을 두고 귀농했다가 청년 농업인으로 활동하는 분이었다. 수년 동안의 현장 경험을 거쳐 이제는 억대 청년 농부 그룹에 속한다고 했다. 농업 현장의 어려움에 관해 이야기 나누다 청년 농업인 정책에 대한 의견을 듣게 됐다. “저처럼 잘하는 사람은 잘하는 대로 잘 지켜봐 주시고 뒤처져 있는 사람,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 농업인 중심의 정책과 기술지원이 필요한 때”라고 했다.

학창 시절 배운 배양학에 리비히의 ‘최소량의 법칙’이 있다. 독일 화학자 유스투스 폰 리비히는 식물의 성장 과정을 연구하던 중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했다. 식물 성장을 좌우하는 것은 필수 영양소의 합이 아니라 가장 부족한 영양소라는 사실이다. 가령 식물이 정상적으로 자라는 데 필요한 양분 중 어느 하나가 부족하면 다른 것이 아무리 많이 들어 있어도 식물은 제대로 자랄 수 없다. 농업에서 출발한 이 이론은 경제학을 비롯해 사회 전반에서 광범위하게 통용된다.

조직 관리론에도 적용된다. 조직 전체의 위기는 조직 내 가장 약한 고리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튼튼한 사슬도 연결고리의 가장 약한 부분에 의해 그 강도가 결정되듯 어느 한 부분이 취약하다면 그로 인해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 조직은 거창한 요인이 아니라 한 사람의 작은 실수나 가볍게 다뤘던 의사결정에 의해서도 흔들릴 수 있다. 이런 사실을 기억하고 평소 조직 내 가장 약한 고리가 무엇인지 자세히 살피고 보완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어느 조직이든 권위주의와 수직적인 체계가 수평적인 소통을 막아선 안 된다. 경직된 의사전달 문화는 위기 극복 과정에서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조화로운 조직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서로에게 힘이 돼 성과를 이루려는 협력 정신을 필요로 한다. 의욕이 떨어지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구성원을 고무하고 지원하면서 잠재력을 찾아 키워주면 훨씬 더 수준 높은 역량으로 보답할 것이다.

유능한 사람만이 조직의 미래에 기여하는 것은 아니다. 여럿이 어울려 팀을 이루고 힘을 모아 가치 있는 결과를 만들어 낼 때 더 큰 시너지가 이뤄진다. 폭넓은 배움의 기회를 제공해 그들의 열정을 끌어내고 조직원 스스로가 자신을 경영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앞서 만난 청년 농업인의 말처럼 사회 구성원 서로가 모자란 부분은 채우고 넘치는 부분은 조금씩 나눠가며 공동체의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라승용 < 농촌진흥청장 syna6513@korea.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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