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영어교육 단속에 반발
"EU국 절반 이상 7세 전 시작
국부유출 막았는데 '적폐'라니"
[ 박동휘 기자 ] 교육부가 올 3월부터 본격 시행키로 한 영어 선행학습 금지령의 후폭풍이 거세다. 이번엔 영·유아 대상 영어유치원(학원) 원장들이 들고 일어섰다. “조기 영어교육을 나쁜 선행학습으로 보는 시각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24일 전국외국어교육협의회 서울지부 소속 회원 150여 명이 서울 외교센터에 모여 교육부의 ‘일방통행식’ 결정을 규탄했다. 협회 관계자는 “조기 영어교육은 선행학습이 아니라 평생학습의 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해외 유학에 따른 국부유출을 막고, 기러기아빠 같은 사회 문제 해소에 일조한 게 누구인데 이제 와서 폐해 운운하냐”며 강하게 항변했다.
이날 모임은 꽤 이례적이다. 학원업계에선 ‘서자의 반란’이라고 표현했다. ‘영어유치부’라고도 불리는 이들 학원은 늘 그늘 속에 숨어 지내는 존재다. 정규 과정에 영어가 포함되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으로 등록할 수 없는 터라 학원으로 허가를 받아야만 하는데 이로 인한 홀대가 이만저만하지 않다. 교육 기능을 수행하는데도 보조금 지원은커녕 사교육 유발자로 몰리기 일쑤다.
영어유치원 원장들은 “말하기 중심의 영어교육으로 공교육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선 ‘영어는 초등 3학년부터 해야 한다”는 원칙부터 고쳐야 한다고 했다. 유럽연합(EU)에서 7세 이전에 외국어를 가르치는 나라가 2012년 44%에서 지난해 53%로 증가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한국의 영어 열풍은 분명 과도한 측면이 있다. 학원은 부모의 빗나간 자녀 사랑을 이익으로 둔갑시키기에 혈안이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건 학부모 대부분이 10년 정도 영어교육을 받았다면 영어로 쉽게 의사소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점이다. 교육부를 비롯해 대학의 영어교육과 교수들이 ‘반기문 영어’를 사례로 들며, 조기 영어교육 무용론을 주장해도 학부모들이 이에 귀 기울이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주요대 영어교육과 교수는 “학교 교육에 영어 말하기를 넣고, 이를 대입 평가에 반영하면 간단히 해결될 일”이라며 “하지만 기존의 교수와 교사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공교육만으론 해결하기 어렵다는 얘기인데, 그렇다면 ‘학원교육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 어떨까. 사교육은 규제의 대상만이 아니라 공교육의 보완재이기도 하다.
박동휘 지식사회부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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