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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청사기에 빠진 50년 … "전통 정신 몸으로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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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들과 작품전 연 도예거장 윤광조


[ 김경갑 기자 ] 도예작가 급월당 윤광조 씨(72)는 현대도자 예술의 ‘전업작가 1호’로 불린다. 군 생활을 육군사관학교 박물관에서 한 그는 혜곡 최순우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우연히 만나 한국의 전통 민예정신과 분청사기의 미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홍익대에서 도예를 공부하며 자연스럽게 분청사기에 빠져들었다. 1970년대 분청기법을 다 실험하며 형태의 변화를 둘러본 뒤 1980년대에는 용기라는 원형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자각을 얻었다.

2003년 세계적인 명성의 도예전문 화랑인 영국 런던 베송갤러리의 초대를 받아 한국 도예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렸다. 2004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에 뽑힌 그는 미국 시애틀미술관(2005)에서 개인전을 여는 영예도 누렸다.

윤씨의 50년 도예 인생과 철학은 물론 그의 후배 변승훈(63)·김상기(62)·김문호(61)·이형석(53)이 만든 분청사기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가나문화재단이 오는 31일까지 서울 인사동 가나아트센터 전관에서 펼치는 ‘이제 모두 얼음이네’전을 통해서다. 전시장을 가득 채운 윤씨의 분청 50점과 제자들의 작품 20점이 모처럼 분청사기의 새로운 가능성을 돌아보게 한다. 이들은 모두 전통의 정신을 몸으로 이어받고 그 속에 현대성을 녹여 넣는 업(業)에 평생을 받쳐왔다. 그 혼신의 기력이 이들 작품에 남았다.

전시장에서 만난 윤씨는 “청자 형태에 백토(화장토)를 분장하듯 바른 분청은 자유분방한 예술성이 강하다”며 “일방통행식 서양미술에서 벗어나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도예 세계에 대한 아름다운 도전”이라고 말했다.

우리 토양에서 소재를 붙잡아 세계적 척도와도 씨름한 그는 매끈한 도자기 특유의 세련미를 비껴간다. 전통 도자기의 비례, 균형, 색감에 치우친 장식적인 특징에서 탈피해 투박하고 질퍽한 미감의 분청사기를 제작하기 때문이다. 울퉁불퉁한 원기둥이나 삼각기둥 형태로 만든 뒤 표면에는 구름 강물 비, 바람 등의 이미지를 그려 넣어 자연의 편린이 느껴지게 했다.

그는 초기에 흙의 물성을 깨워 불교에 대한 깊은 경외심을 도자기에 담아냈다. 그러다 1994년 경주 안강 도덕산 기슭으로 작업실을 옮기면서 ‘무위자연’ ‘자연스러움’에 초점을 맞췄다. ‘산동(山動)’ ‘혼돈(混沌)’ ‘심경(心經)’ 등 그의 최근작에선 칠순을 넘긴 나이에도 ‘고뇌하는 순수’와 ‘노동의 땀’을 조형언어로 표현하려는 작가 정신이 느껴진다.

물레도 없이 직접 흙가래를 쌓아올리는 기법으로 도예 작업을 하는 그는 “상감청자를 모태로 발전한 분청사기는 대범하고 활기찬 문양이 특색”이라고 말했다.

제자들 작품도 나름 제각각 특성을 갖고 있다. 어쩌면 스승을 넘어서고 있는지도 모른다. 도자벽화에 몰두해온 변승훈의 투박한 멋과 실용성이 배려된 작품, 전통옹기 성형기법에 균열미를 가미한 김상기의 작품, 고유의 전통 한옥의 멋을 도자기로 표현한 김문호의 작품, 귀얄이라는 풀비에 백토를 묻혀 바르는 기법을 이용한 이형석의 다구와 사각접시 등이 관람객을 반긴다. 깜짝 놀라게 하는 아이디어나 지식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순수와 고독과 열정이 묻어있다는 점에서 더욱 애착이 간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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