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일본경제 워치
일본 여성용 속옷 시장에서도 유니클로 등 패스트패션의 기세가 대단하다는 소식입니다. 그동안 일본 여성들은 옷맵시를 중시해 고가의 체형보정용 속옷을 선호했는데, 이제 일반 패션 뿐 아니라 속옷에서도 캐주얼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패스트리테일링이 여성용 속옷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고 합니다. 유니클로는 2016년 와이어리스 브래지어를 선보인 이후 시장 점유율이 가파르게 높아졌다고 합니다.
유니클로는 올 초에 신상품 ‘와이어리스 브라 릴렉스’를 일본 내 832개 점포에서 발매했습니다. 땀을 빨리 흡수하면서도 계속해서 보송보송한 소재를 채용했고, 몸에 조이지 않아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는 게 특징이라고 합니다. 가격도 1990엔(약 1만9190원)으로 저렴한 편이라고 합니다.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20~40대 여성들의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유니클로의 지난해 브래지어 판매량은 전년 대비 2배 이상으로 늘었다고 합니다.
속옷시장에서 유니클로의 약진으로 일본 속옷시장의 판도도 바뀌고 있다고 합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가 올 초 발표한 일본 여성용 속옷 시장의 조사에 따르면 2012년에 점유율 15.5%였던 패스트리테일링의 점유율은 지난해 20.0%까지 높아졌습니다. 지난해 20.1%의 점유율을 기록한 업계 최대 업체 와코루홀딩스를 바짝 추격한 것입니다.
유니클로의 선전을 바라본 다른 캐주얼 의류업체들도 브래지어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고 합니다. 시마무라는 지난해 와이어가 없는 10종류의 브래지어 신상품을 새로 내놨습니다. 브래지어와 팬티를 합쳐 1500엔(약 1만4460원)에 내놓은 속옷세트는 매년 130만 세트 이상이 판매되고 있다고 합니다. H&M도 브래지어 2개에 1999엔(약 1만9278원)짜리 제품이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의류업계 관계자는 “(일본에서) 헐렁한 옷이 유행하면서 가슴의 외관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여성이 늘었다”며 “정교한 브래지어를 만들 수 없는 캐주얼 의류 체인에게도 사업기회가 생겼다”고 평했습니다.
유니클로 등의 공세에 전통적인 속옷 업체들은 고품질을 무기로 반격을 한다는 계획입니다. 와코루는 내달 중순 5600엔(약 5만4000원) 가격의 신제품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트라이엄프인터내셔널도 통기성이 좋은 신형 컵을 사용한 제품을 4월에 발매할 계획입니다.
여성용 속옷 시장도 다른 어느 시장 못지않게 경쟁이 치열하고, 시장 판도가 극적으로 변하는 모습입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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