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중국·질주하는 선전 (1) '창업천국' 선전
주말이면 카페에서 스타트업 설명회
텐센트 이어 바이두·알리바바 등 'IT 빅3' 사옥 모두 선전 집결
중국 벤처자금 3분의 1 선전에 투자
부동산 업체까지 창업지원 나서
미국·영국 등 "선전 생태계 배우자"
[ 김동윤/노경목 기자 ]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징둥이 선전 난산소프트웨어 산업단지에 세운 창업카페 ‘JD+밀크티’는 지난 16일 100여 명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관계자들로 붐볐다. 카페 안에 마련된 무대에서는 독일 전자업체 인피니온 관계자가 소형 배터리 구조와 종류에 대한 기술적인 내용을 발표하고 있었다. 행사를 주관한 배터리 전문매체 21덴위안의 왕진펑 매니저는 “하드웨어 스타트업 기업이 많은 선전의 특성상 기술 설명 행사에는 언제나 많은 사람이 몰린다”고 말했다.
인근의 또 다른 창업카페인 ‘3W카페’에서는 노트북에 코를 박고 있는 촹커(創客·창업자)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고객 관리용 플랫폼을 제공하는 융춘커지(泳淳科技)를 2014년 창업한 자오이량 대표(29)는 “텐센트 입사 2년 만에 창업을 했다”며 “입사 동기의 70%는 이미 회사를 나왔다”고 전했다. 중국의 첫 경제특구 선전은 개혁·개방 40주년이 되는 2018년 초 중국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창업 열기로 들썩이고 있었다.
중국의 미래 준비하는 혁신 실험장
난산소프트웨어 산업단지는 선전시 정부가 전자상거래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소프트웨어 산업을 키우기 위해 2013년 조성했다. 단지 남쪽 끝에는 텐센트의 48층짜리 신사옥이 우뚝 서 있다. 바이두, 알리바바의 신사옥도 광장의 북쪽과 서쪽에 각각 자리 잡아 3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단지 내 곳곳에 있는 카페에선 주말이면 창업자와 투자자를 연결해주는 벤처 설명회가 열린다. 3W카페에서 만난 창업자 리잔졔 씨는 “설명회 현장에서 500만위안(약 8억5000만원) 규모의 투자 계약이 바로 체결된 적도 있다”고 전했다.
텐센트는 중촹(衆創)공간이라는 벤처 인큐베이터를 설립해 100억위안(약 1조7000억원)을 100개 스타트업에 투자한다는 ‘솽바이(雙百) 계획’을 세워놓고 투자 대상 기업을 물색하고 있다. 장양양 중촹공간 파트너는 “중국 전체 벤처투자 자금의 3분의 1가량이 선전에서 집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500만위안 즉석에서 투자하기도
선전시 벤처 집적지역인 난산취에 있는 벤처 인큐베이터 차이훠촹커공간은 2015년 1월 리커창 중국 총리가 방문해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리 총리가 방문할 때만 해도 규모가 100㎡(약 30평)에 불과했다. 그러나 작년 3월 면적을 20배로 넓힌 2000㎡ 규모의 엑스팩토리로 확장했다. 예위 엑스팩토리 대표는 “기존 공간과 설비로는 급증하는 스타트업의 수요를 만족시킬 수 없었다”고 했다.
지하 1층 목재가공실에는 총 5대의 3D(3차원)프린터와 독일의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 쿠카가 만든 레이저 커팅기계 등이 갖춰져 있다. 흥미로운 것은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 완커가 엑스팩토리에 공간을 무상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 대표는 “엑스팩토리에 입주한 스타트업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건축설계와 인테리어 등에 활용하고 싶다며 완커 측에서 먼저 제안해왔다”고 말했다.
선전의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자신감이 넘쳤다. 선전의 창업지원센터인 따궁팡(大公坊)의 딩춘파 회장은 “제조 인프라, 창업투자 자금 등을 종합 고려할 때 선전은 세계 최고의 창업 생태계를 갖춘 곳”이라며 “미국 영국 등 각국 창업지원기관이 찾아와 선전의 창업 생태계를 배우고 갔다”고 자랑했다. 그는 사무실 벽면에 걸려 있는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의 사진을 가리키며 “잡스 같은 미국 기업인들이 과거 차고(車庫)에서 하던 혁신이 지금 선전의 창업카페와 벤처 인큐베이터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선전=김동윤/노경목 기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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