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일본에서 장롱 속에 ‘모셔뒀던’ 금을 현금으로 환금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달러화 약세가 진행되면서 국제 금가격이 상승한 영향이라고 합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내 금 소매가격은 지난 9일 현재 1g당 5213엔(약 5만206원)으로 3년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금가격이 오르면서 일본 대형 금거래 업체인 다나카귀금속의 도쿄 긴자본점에는 금을 팔겠다는 사람이 몰려 1월 중순 현재 금매입 물량이 판매량의 2배가 넘는다고 합니다. 또 다른 금 거래업체인 이시후쿠금속흥업도 “1월 중순 현재 금매입액이 판매액의 2배 이상”이라고 전했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골드바와 기념주화(금화)를 팔아 140만엔(약 1348만원)을 손에 준 70대 여성이 “30년간 보유했던 금의 가격이 두 배가 됐다”고 만족해하는 모습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선 같은 기간 동안 각종 자산 가격이 빠르게 상승했던 까닭에 30년간 두 배 수익률이 높은 수치로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같은 시기에 일본은 거품 붕괴 후 ‘잃어버린 20년’을 거치면서 부동산과 주식 등의 자산가치가 크게 줄었었고 요즘도 여전히 디플레이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이 할머니의 반응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 장롱 속에 보관됐던 금이 시중으로 나오는 현상은 작년부터 관찰됐다고 합니다. 다나카귀금속에 따르면 지난해 다나카의 금괴 판매는 1만7978㎏으로 전년 대비 34% 감소했습니다. 반면 일반인으로부터의 금 매입은 2만2392㎏으로 전년대비 25% 늘었다고 합니다.
‘안전 자산’이란 별칭과 달리 금값은 변동성이 높고 가격 흐름도 예측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은 틈 날 때마다 “금은 정크본드(투기등급 채권)만큼이나 가격 움직임이 변덕스럽다”고 말했다고도 하고요.
아무튼 요즘 너도나도 금을 팔겠다고 나서는 일본인들의 모습을 보면, ‘묵직한’ 금에 대한 투자도 시류의 영향을 많이 받는 모양입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