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1위' KT 기가지니
가온미디어 셋톱박스 기능 접목
휴대용 음향기기 전문 아이리버
SKT 누구미니 '음질 UP'
인포마크 음성인식 기술
네이버 프렌즈 적용 '인기몰이'
'깜찍한 초소형' 카카오 미니
탱크램이 설계·디자인
[ 이우상 기자 ]
인공지능(AI) 스피커 100만 대 시대가 열렸다. 업계에서 올해 말까지 누적 200만 대 판매를 목표로 내걸 정도로 성장세도 가파르다. AI 스피커 시장은 SK텔레콤 KT 네이버 카카오 등 대기업들의 마케팅 격전장이다. 그러나 그 뒤에서 생산을 맡은 중소기업 간 보이지 않는 경쟁은 더 뜨겁다. 가온미디어(KT 기가지니), 아이리버(SK텔레콤 누구 미니), 탱그램(카카오 미니), 인포마크(네이버 프렌즈)는 저마다의 기술을 앞세워 AI 스피커 성능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마케팅 능력을 갖춘 대기업과 기술력을 지닌 중소기업 간 합종연횡이 AI 스피커 시장에서의 승패를 결정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중소기업 기술 접목시킨 AI 스피커
AI 스피커 시장에는 SK텔레콤이 첫발을 디뎠지만 현재 시장 1위는 KT다. 지난해 1월 출시한 ‘기가지니’가 큰 인기를 끌면서다. 지난 11일 기준 50만 대가 팔렸다(기가지니 LTE 포함). 기가지니 AI 스피커의 가장 큰 특징은 IPTV 셋톱박스 기능이다. 2012년부터 KT 셋톱박스 생산을 해온 가온미디어가 생산을 맡으면서 이 기능이 기가지니의 강점이 됐다.
KT 관계자는 “셋톱박스 호환성과 위험요소 등을 따졌을 때 가온미디어가 기가지니를 생산하는 데 제격이었다”고 말했다. 가온미디어는 기가지니의 음성 인식률을 높이기 위해 소음 제거 기술도 자체 개발했다.
SK텔레콤은 자회사 아이리버와 함께 ‘누구 미니’를 개발해 반격에 나섰다. 지난해 7월 출시해 인기를 끌며 40만 대를 팔았다. 고정형이던 이전 제품 ‘누구’의 크기를 줄여 휴대가 가능하도록 하면서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누구 미니의 강점은 디지털 음향이다. 한때 세계 MP3플레이어 시장을 석권한 아이리버는 디지털음향기기 제작에 주력하고 있다. 아이리버는 누구 미니에 ‘아스텔앤컨’ 기술력을 접목했다고 설명한다. 아스텔앤컨은 아이리버가 내놓은 휴대용 음향기기 브랜드다. 고급형 제품은 400만원이 넘는다.
아이리버 관계자는 “누구 미니의 음질을 잡기 위해 아스텔앤컨의 튜닝 전문가들을 대거 투입했다”고 말했다.
네이버의 AI 스피커 ‘프렌즈’는 인포마크가 생산한다. 국내 키즈폰 시장 1위 업체다. 네이버 관계자는 “인포마크가 아기자기한 소형 전자기기를 잘 만드는 기업이라고 평가해 제품 생산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인포마크 관계자는 “프렌즈에 지향성 음성인식 기술, 음향 기술 등을 총동원했다”고 말했다.
‘카카오 미니’는 카카오 계열사인 탱그램디자인연구소가 설계하고 디자인했다. 탱그램은 2015년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인수한 회사다. 줄 없는 줄넘기 ‘스마트로프’, 접시 형태의 디지털 액자 등을 내놓은 업체다. 카카오 관계자는 “제품 기획력과 디자인이 뛰어나 제품 생산을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기술력 확보 위해 제휴 확대
제조사들은 AI 스피커에 기술력을 쏟아부었지만 시장에서는 아직 큰 차별성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배터리와 LTE 통신 기능 정도가 큰 차이다.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음성인식 기능과 검색 기능도 대기업이 제공한 소프트웨어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우수한 기술을 갖춘 파트너사와의 협력에 주력하고 있다. KT는 새로운 AI 스피커를 내놓을 때마다 우수한 중소기업 발굴에 나선다. 기가지니 LTE는 KT에 에그를 공급하는 모다가 생산을 맡았다. 기가지니 LTE는 셋톱박스 기능을 뺀 대신 와이파이가 없는 환경에서도 사용할 수 있고 테더링 단말기로도 쓸 수 있다.
KT는 올 상반기 내놓을 와이파이형 AI 스피커 ‘기가지니 버디’의 제작을 또 다른 업체에 맡길 예정이다. 네이버는 인포마크 자회사 엘아이제이브이(LIJV) 지분을 인수해 AI 개발을 위한 조인트벤처로 삼았다.
인포마크 관계자는 “LIJV를 거점으로 네이버와 지속적으로 AI 연구개발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과 카카오도 우수 기술을 보유한 솔루션 기업들과의 제휴를 모색하고 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AI 스피커를 만들겠다고 나서는 업체는 많지만 기술력과 생산능력이 있는 곳은 많지 않다”며 “장기간 파트너십을 맺고 해외 진출까지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업체들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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