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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테일+] 한국판 디즈니·아마존 꿈꾸는 C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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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그룹은 지난 17일 오쇼핑과 E&M을 합병한다고 발표했다. 홈쇼핑 회사와 미디어 기업을 합침으로써 융복합 미디어커머스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는 게 CJ의 복안이다.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정부의 요구가 있어 왔던 만큼 합병을 통해 이에 부응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지만, 합병 전후 지분율 변동이 거의 없는 만큼 순수한 사업적 시너지에 방점을 찍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 글로벌 미디어커머스 기업들의 합종연횡

CJ오쇼핑 관계자는 18일 "글로벌시장에서 미디어와 커머스의 결합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오쇼핑과 E&M의 사업 역량을 집약해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융복합 미디어 커머스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밝혔다.

새 합병법인은 ▲E&M의 미디어 솔루션과 오쇼핑의 상품 기획력을 결합한 디지털 통합 플랫폼 구축 ▲중국, 베트남, 태국 등 콘텐츠 IP 활용이 가능한 해외 지역 마켓 플레이스 확대 ▲모든 미디어 콘텐츠를 장소·시간 제한 없이 즐길 수 있는 융복합 사업모델 확대 등을 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새 합병법인이 장기적으로 꿈꾸고 있는 모델은 지난해 12월 폭스를 인수한 디즈니나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는 아마존이다. 이들은 소비자에게 소구력 있는 콘텐츠에 커머스 사업 모델을 얹는 방식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디즈니는 전통적으로 극장과 TV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 부문 최강자다. 미키마우스를 비롯한 많은 캐릭터 사업도 하고 있다. 그러나 극장 관객이 점차 줄고 인터넷으로 보는 관객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디즈니의 고민이었다.

디즈니는 폭스를 인수함으로써 폭스가 보유하고 있는 TV 콘텐츠와 제작 시설 등도 확보했다. 또 폭스의 스카이TV도 얻게 되면서 유럽 케이블 시장도 진출하는 효과도 누렸다. 결정적으로 폭스가 가진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 '훌루'의 지분도 일부 갖게 됐다.

훌루는 디즈니가 군침을 흘리고 있는 온라인 스트리밍 콘텐츠 최강자인 넷플릭스의 대항마다. 이미 지난해 8월 디즈니는 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 서비스 중인 디즈니 작품들을 뺄 것"이라고 예고했다. 또 내년까지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구축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들이 갖고 있는 픽사, 마블, 루카스 필름, 폭스가 보유하고 앞으로 만들어 갈 콘텐츠들을 모두 이 서비스를 통해 스트리밍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이다.

김민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디즈니가 폭스를 인수한 가장 큰 목적은 넷플릭스 같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사업자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며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대폭 확대해 디지털 전략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라고 봤다.

디즈니가 콘텐츠력을 앞세워 '미래형 플랫폼'을 점유해가고 있다면 아마존은 커머스를 바탕으로 만든 자금력으로 차별화된 콘텐츠를 집어 삼키고 있다.

아마존이 동영상 콘텐츠에 투자하는 이유는 오히려 이커머스 시장의 추가 확대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많다.

배송과 물류 등의 대규모 투자가 필요 없는 동영상 콘텐츠 서비스를 통해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고 빠른 속도로 대규모 고객 기반을 구축해 이를 이커머스와 결합한다는 계획이다.

예를 들어 2014년 아마존은 세계 최대 게임 전문 방송 서비스인 '트위츠'를 인수한 뒤 방송 화면 하단에 '바로 구매하기(Buy now)' 버튼을 탑재해 시청자가 방송을 시청하는 중간에 PC게임을 구매할 수 있게 했다.

김 연구원은 "콘텐츠 광고는 일반 광고보다 높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어 스트리머들도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라며 "아마존은 콘텐츠와 광고를 접목하는 '라이브 커머스'라는 새 사업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CJ가 할 수 있는 것

새 합병법인은 우선 디지털 통합 플랫폼으로서의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E&M이 보유하고 있는 미디어 솔루션, 디지털 분석, 콘텐츠 기획과 제작 역량을 오쇼핑의 상품 기획력, 커머스 역량과 접목해 고객 기반을 확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CJ오쇼핑 관계자는 "오쇼핑은 현재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에서 현지 미디어 기업과 합작 관게를 맺고 있고 E&M은 베트남, 태국, 터키 등에서 사업 거점을 갖고 있다"며 "서로가 구축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콘텐츠 IP를 활용한 커머스를 선보이거나 콘텐츠 합작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미디어와 커머스 융합 기반으로 새 비즈니스를 만들어내는 것도 가능하다. 이미 E&M이 보유하고 있는 TV, 모바일, SNS 등의 이용자 행태 분석데이터와 오쇼핑이 갖고 있는 커머스 빅데이터, 트렌드 데이터를 접목해 개인별 맞춤형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이 기존 사업을 통해 확보한 커머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시청자에게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고 있는 것과 같은 사업 모델이다. 이미 오쇼핑은 지난해 웹드라마와 예능 형식의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등 새 미디어커머스 콘텐츠를 시도해왔다.

이 관계자는 "E&M이 보유하고 있는 채널별 이용자 행태 분석 데이터와 오쇼핑이 보유하고 있는 커머스 데이터를 결합해 개인별 맞춤형 콘텐츠와 브랜드 상품을 기획할 수 있다"며 "두 회사의 인프라가 공유된다면 글로벌 선도 기업들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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