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투자 본격 시동…애니산업 지도 바꿀까
글로벌시장 진출 효과
'토비와 테리' 1~2부 40부작
넷플릭스, 제작비 전액 지원
6월부터 190개국에 방영
'유후와 친구들'에도 투자
탄탄한 성장세 기대
올 콘텐츠제작 80억달러 '베팅'
한국·일본서 애니 30여편 추진
계약조건 양호…지재권 보장
생산·유통구조 대변화 예고
[ 유재혁 기자 ]
한국 애니메이션 제작사 엔팝은 글로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인 넷플릭스를 통해 ‘토비와 테리’ 시즌1(20부작)을 오는 6월부터 세계 190여 개국에 선보인다. 같은 분량으로 제작되는 시즌2도 11월부터 방영한다. ‘토비와 테리’는 넷플릭스가 한국 애니메이션에 제작비를 전액 투자한 첫 사례다. 4~6세 대상의 이 작품은 주인공 토비와 테리가 일상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미스터리를 풀어내는 추리 어드벤처물이다.
넷플릭스는 올해 이 작품을 21개 언어로 더빙해 글로벌 시장에서 방영하고 각국에서 홍보마케팅을 할 예정이다. 또 국내 업체 오로라월드의 애니메이션 ‘유후와 친구들’ 시리즈 제작에도 투자해 각국에 공개하기로 했다.
◆글로벌시장 직수출 효과
넷플릭스가 한국 애니메이션에 대한 투자를 본격화하면서 국내 산업 구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강문주 엔팝 대표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좋은 조건으로 계약했다”며 “제작비를 후하게 받았고, 지식재산권도 우리가 갖는다”고 말했다. ‘토비와 테리’는 넷플릭스가 2년간 한국과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시장에 독점 방영한 뒤 엔팝이 각국 TV에서 방영할 수 있는 조건이다. 한국에선 넷플릭스 방영과 같은 시기에 KBS를 통해 방송한다.
국내에서는 방송사가 애니메이션 제작비의 5~10%를 주고 방영권만 가져가는 게 일반적이다. 제작사들은 콘텐츠진흥원과 창투사, 통신사(IPTV 업체)들을 돌아다니며 제작비를 마련해야 한다. 강 대표는 “화제성이 있는 기대작들은 조건이 유리한 넷플릭스를 먼저 찾아갈 가능성이 높다”며 “190여 개국에 콘텐츠를 단박에 내보낼 수 있기 때문에 캐릭터 사업에서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선 연간 30분짜리 26부작 기준으로 20~30편의 애니메이션이 제작되지만 수익을 낼 수 있는 확률은 10% 미만이다. 10분당 제작비는 평균 1억원이다. 김영두 동우애니메이션 대표는 “예전에는 콘텐츠가 부족해 애니메이션 재방송을 많이 했지만 요즘에는 국내외 작품이 쏟아져 경쟁이 치열해졌고, 그만큼 성공 확률도 낮아졌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올해 콘텐츠 제작에 80억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이 중 애니메이션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넷플릭스는 현재 한국과 일본 등에서 30편 이상의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있다.
◆일본처럼 성장세 견인할까
업계는 넷플릭스의 투자로 앞서 일본처럼 한국 애니메이션산업의 성장세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영화진흥위원회 해외통신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지난해 일본에 12편 이상의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시리즈와 장편 애니메이션 ‘고질라’에 투자했다. 넷플릭스의 12부작 애니메이션 시리즈 ‘조디악의 기사’를 제작한 도에이애니메이션 프로듀서 조지프 추는 “넷플릭스가 열악한 환경의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를 정상으로 복원하고 있다”며 “국내 방송사들과의 계약에서는 5% 손실을 보지만, 넷플릭스와의 계약에서는 15%의 이익을 남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애니메이션산업은 넷플릭스를 비롯한 아마존, 크런치롤, 애플스튜디오 등의 제작 투자로 최근 7년간 급성장하고 있다. 일본애니메이션협회는 2016년 업계 매출이 전년보다 약 10% 늘어난 177억달러(약 20조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일본 업계의 배급과 제작 관행도 바꾸고 있다. 넷플릭스가 제작 중인 ‘바키’는 올 여름부터 일본 넷플릭스에서 26편의 에피소드를 주 1회씩 방송한 뒤 일본 TV에서 방송하고, 이후 넷플릭스가 글로벌 국가들에 공개할 예정이다. 일본 TV가 가장 먼저 방송하던 관행을 깼다.
넷플릭스가 스튜디오와 직접 계약을 맺자, 한국 문화산업전문회사에 해당하는 제작위원회의 필요성이 사라졌다. 제작위원회는 5~15개 참여사가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설립한 조직(회사)으로 모든 업체의 승인을 얻어야 하기 때문에 의사 결정이 느리고, 독창적인 시도가 제한되는 게 약점이다. 넷플릭스 덕분에 제작 기간을 단축하고 창의적인 시도도 더욱 활발해졌다는 얘기다. 강 대표는 “넷플릭스 투자 본격화로 한국 애니메이션 업계의 제작·유통 구조도 일본처럼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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