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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없는 서울, 버스·지하철 '공짜'에도 승객·교통량 변화 미미… 번지수 잘못 짚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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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실효성 논란

대중교통 무료에 하루 50억
비상조치 발령한 날 아침 '맑음'
시민들 "공짜 좋긴 한데… " 갸웃
"미세먼지 대부분은 중국발인데
자동차 줄인다고 효과 있나" 지적도

요금 차별… 지역 간 갈등도
경기도민 "왜 서울만 혜택 주나"
코레일·경기도 간 협의 안돼 혼선
공공기관 차량 2부제도 말로만



[ 박상용 기자 ]
‘서울시 미세먼지 나쁨 발령. 오늘은 서울지하철 요금 면제.’

15일 오전 7시 서울 시내 거의 모든 지하철역 개찰구 옆에는 이런 안내문구가 붙었다. 시민들은 평소처럼 단말기에 교통카드를 찍고 개찰구를 통과했지만 부과되는 요금은 ‘0원’이었다. 전날에 이어 이날도 미세먼지 농도가 짙을 것으로 예상되자 서울시가 올 들어 처음으로 ‘서울형 미세먼지 저감조치’를 발령한 데 따른 것이다. 이날 서울에선 지하철뿐만 아니라 시내버스와 마을버스 등 모든 대중교통이 무료였다.

정작 서울 공기는 ‘맑음’

서울형 미세먼지 저감조치는 초미세먼지(PM2.5) 평균 농도가 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나쁨 수준’(50㎍/㎥ 초과)이고 다음날도 ‘나쁨’으로 예상되면 내려진다. 저감조치가 발령되면 다음날 오전 6~9시, 오후 6~9시 대중교통 요금이 면제된다. 면제 대상은 선·후불 교통카드 이용 승객이며, 1회권·정기권은 제외된다.

‘미세먼지 비상조치’ 발령으로 대중교통 요금이 면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7월 도입 이후 지난달 29일 첫 저감조치가 발령됐지만 다음날이 토요일이라 출퇴근 시간대 대중교통 요금은 면제되지 않았다.

문제는 예보의 정확도였다. 15일 아침 서울의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보통’ 수준. 전날 예상과 달리 기류가 서울을 비껴가 남쪽으로 향한 데다 움직임이 활발해 미세먼지 농도가 낮았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당장 “공기 질도 나쁘지 않은데 대중교통 요금만 예산으로 충당하게 됐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중교통 무료에 따른 비용은 서울시가 보전한다. 서울시는 대중교통 무료로 하루 약 50억원씩 비용이 들 것으로 내다봤다. 1년에 7회(2016년 기준) 저감조치가 발령된다면 약 350억원의 비용이 소요되는 셈이다.

미세먼지 저감조치 실효성 얼마나

지난해 7월 서울시가 내놓은 서울형 미세먼지 저감조치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첫 미세먼지 대책, 중앙정부보다 낫다”는 호평과 “또 하나의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다.

하루 50억원가량 비용이 들지만 정책 효과에 대한 명확한 분석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저감조치로 미세먼지 농도가 얼마나 줄어드는지에 대한 연구나 자료는 아직 없다”며 “올 상반기 안에 관련 조사를 마치고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실효성에 대한 ‘물음표’도 붙는다. 미세먼지는 중국의 탓이 큰데 대중교통 무료 정책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얼마나 되겠느냐는 지적이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이날 미세먼지가 심할 것으로 예보된 것은 중국에서 불어오는 북서풍 영향이 컸다. 서울시도 시내 미세먼지의 절반 이상(55%)이 서울 외부에서 유입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대중교통 이용객을 늘려 승용차 운행을 줄이겠다는 게 정책 취지지만 이날 교통량도 평소와 큰 차이가 없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출근시간대 지하철 이용객은 지난주 같은 요일 대비 2.1%, 시내버스는 0.4%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만 대중교통 무료… 경기도는 제외

‘가성비’를 떠나 준비 안 된 ‘반쪽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대중교통 무료 혜택은 서울시 내에서만 이뤄졌다. 예를 들어 지하철 1호선 종각역에서 승차해 인천의 동인천역에서 내리면 교통카드에서 기본요금(1250원)을 제외한 환승요금(600원)만 계산됐다. 반대로 동인천역에서 타면 환승 요금만 무료다. 수도권 전체가 사실상 하나의 교통권인데 경기도, 코레일과는 협의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앙정부와의 협의도 충분치 않아 혼선이 빚어졌다. 저감조치가 발령되면 공공기관에서는 차량 2부제가 시행된다. 그러나 이날 정부서울청사나 대법원, 대검찰청 등에서는 공공기관 진입이 통제된 ‘짝수’ 번호 차량이 빈번히 목격됐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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