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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칼럼] '시장 맞춤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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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GDP 3만달러 넘을 한국
구조적 성장잠재력 하락에 직면

실효성 약화된 재정·통화정책보다
시장 변화 발맞춘 미시정책 펴고
현장의 목소리 적극 반영해야"

안동현 < 자본시장연구원장 >



올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원화 강세에 힘입어 3만달러를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2006년 2만달러를 넘은 지 12년 만이다. 2012년 세계 일곱 번째로 ‘20-50 클럽(인구 5000만 명 이상이며 1인당 GDP 2만달러 이상인 국가)’에 입성한 지 6년 만에 ‘30-50 클럽’에 들어서는 것이다. 자화자찬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반세기여 만에 세계 최빈국에서 이 정도까지 발전한 우리의 성취를 너무 폄훼해서도 안 된다.

다만 현재 우리 앞에 놓인 현실과 미래는 녹록지 않다. 우리 경제가 처한 내우외환에 대해 일일이 열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가계부채나 한계기업 문제 등 단기적이고 경기순환적 문제를 논외로 할 때 구조적인 성장잠재력 저하로 귀결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우리나라 경제의 근본적 문제로 이를 지목했고 올해부터 2030년까지 우리의 성장잠재력을 2%대로 예측했다.

문제는 성장잠재력 하락이 우리 경제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선진국을 포함해 대부분 국가에서 이런 현상은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바로 ‘뉴노멀 현상’이다. 골드만삭스가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는 분석보고서를 냈듯이 경기 회복 모멘텀이 공고해지면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은 4%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잠재성장률이 반등했다고 추정하기에는 시기상조다.

미국 중앙은행(Fed)이나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런 잠재성장률의 추세적 하락 원인으로 저출산·고령화와 생산성 하락을 지목하고 있다. 실제 실증분석 결과를 보면 이를 부인하기 어렵다.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작금의 기술혁신에 비춰 볼 때 생산성 하락은 선뜻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그러나 최근과 같이 기술혁신 주도형 경제성장은 슘페터식 ‘승자독식’ 경쟁으로 생산성 증가를 일부 기업이 독점적으로 향유하는 반면, 나머지 기업들의 경우 수요 부족과 노동시장 경직성으로 인해 노동생산성이 하락하면서 산업 양극화와 잠재성장률 하락이 동시에 진행되는 것이다.

이와 연관돼 혁신주도 성장이 낳는 또 다른 현상은 필립스 곡선의 기울기가 약화된다는 것이다. 실업률 하락에도 불구하고 저물가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예를 들어 보자. 2000년 이전 실업률이 1%포인트 하락할 때 물가는 0.2%포인트 정도 상승했다. 2000년 이후에는 이 수치가 거의 ‘0’에 가깝다. 이런 저물가의 가장 큰 요인은 임금상승률이 낮은 데 있다. 1990년대만 해도 실업률이 1%포인트 하락할 때 임금은 0.45%포인트 상승했으나 2000년 이후는 고작 0.03%포인트 상승에 불과하다.

이런 현상은 정부나 중앙은행이 주도하는 재정정책이나 통화정책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시사한다. 상기한 필립스 곡선의 예에서 보듯 성장과 임금, 물가의 연계성이 떨어지면서 감세를 통한 낙수효과, 소비 진작효과,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확산효과 등 재정정책의 실효성이 약화된다는 것이다. 통화정책 역시 본원통화를 늘려도 통화승수가 낮아지는 데다 화폐 유통속도 하락이 대부분 상쇄시켜 물가 상승이나 경제성장으로 연결되는 채널이 부실해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양적완화와 같이 보다 극단적이고 비전통적인 정책까지 남발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혁신주도 성장에 따른 현상은 몇 가지 시사점을 준다. 첫째, 혁신 성장이 산업과 가계의 양극화를 부추기는 것과 같이 국가 간 양극화를 부추길 개연성이 높다. 혁신에서 뒤처지지 않으면서도 이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정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둘째, 과거와 같은 거시 중심의 정부정책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각 시장의 특성과 변화에 발맞춘 산업정책, 중소기업정책, 고용정책 등 미시정책을 통한 ‘보텀업(bottom-up)’ 정책이 보다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다만 그럴 경우 정책 간 혼선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조율할 컨트롤타워 역할 역시 중요해진다. 이와 더불어 정책의 핵심은 바로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의 현장점검단처럼 기업이나 소비자와 대면접촉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고 모니터링해야 효율성이 증진될 수 있다.

무술년의 무(戊)는 10간 중 다섯 번째 천간으로 오행의 ‘흙’에 속한다. 결국 戊는 ‘흙 속에서 해결책을 찾으라(down to earth)’는 의미로 읽을 수 있다.

안동현 < 자본시장연구원장 ahnd@kcmi.re.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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