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워홀·키스 해링 등 5명 작품전
4월15일까지 서울 M컨템포러리서
[ 양병훈 기자 ] 로버트 라우센버그, 로이 리히텐슈타인, 앤디 워홀, 로버트 인디애나, 키스 해링…. 미술에 특별히 관심이 없는 사람도 한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만한 팝아트 작가들이다. 팝아트는 ‘대중적인(popular)’과 ‘예술(art)’을 뜻하는 엉어단어를 합친 말로 20세기 중반 미국을 중심으로 불었던 미술 사조다. 기성 미술의 엄숙함에 반발해 “공산품, 인쇄물, 대중매체 등도 예술작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팝아트 작가 5명의 작품 160여점을 선보이는 ‘Hi, POP-거리로 나온 미술, 팝아트’ 전시회가 오는 4월15일까지 서울 역삼동 M컨템포러리에서 열린다. 지난달 15일 개막한 이 전시회는 팝아트 대표 작가의 작품을 통해 이 미술사조가 추구했던 미적 세계와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자리다. 전시회는 각 작가별로 모두 다섯 부분으로 구성됐다. 라우센버그(1925~2008)에서 시작해 리히텐슈타인(1923~1997), 워홀(1928~1987), 인디애나(1928~), 해링(1958~1990)으로 이어지는 팝아트의 변화상을 일목요연하게 엿볼 수 있다.
라우센버그의 작품은 신문, 잡지 등 대중매체에 나온 이미지를 오려붙인 것처럼 조합해 만든 ‘콤바인 페인팅’이 대표적이다. 석판화 ‘지구의 날’(1970년작)에서는 쓰레기로 뒤덮인 지역과 동물 이미지를 함께 배치했다. 작품 아래 쪽에 ‘지구의 날 4월22일(EARTH DAY 22 APRIL)’이라고 써 자연환경을 보호하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행복한 눈물’로 잘 알려진 리히텐슈타인의 석판화 ‘헤어리본을 한 소녀’(1965년작·사진)는 ‘벤 데이 기법’을 활용한 작품이다. 싸구려 인쇄를 한 잡지처럼 보이도록 점을 찍어 이미지를 만들었다. 점이 커서 이미지의 결이 거칠다.
이밖에 워홀의 캠벨수프 연작(1980년작), 미국 뉴욕 길거리에 있는 유명한 ‘LOVE’ 로고가 들어간 인디애나의 ‘클래식 러브’(2002년작), 담배 브랜드 ‘럭키 스트라이크’와 사람 3명을 장난스러운 그림체로 그린 해링의 ‘럭키 스트라이크 Ⅱ’(1987년작) 등도 볼 수 있다. 작가들의 서로 다른 작품활동 주제와 배경을 고려해 각 전시장의 인테리어도 다르게 했다. 예컨대 해링의 작품을 전시한 공간은 뉴욕 지하철 역처럼 꾸몄다. 그는 길거리의 벽이나 광고판에 그림을 그리면서 명성을 쌓았는데 그 무대가 주로 뉴욕 지하철이었기 때문이다.
팝아트의 고향은 ‘저잣거리’다. “누구나 일상 속에서 가볍게 예술을 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팝아트의 철학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술관을 박차고 나간 팝아트는 어느새 다시 미술관으로 돌아왔다. 미술품 경매에서는 유명 팝아트 작가의 작품이 수백만~수억원에 팔린다. ‘미술관 안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건 팝아트에게 던져진 어려운 과제다. M컨템포러리 관계자는 “어느새 스스로 고급문화가 된 팝아트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확인해볼 수 있는 전시”라고 설명했다. 관람료 어린이 8000원(36개월 미만 무료), 중·고등·대학생 1만2000원, 일반 1만6000원. (02)3451-8199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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