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호 정치부 기자) 자유한국당이 내년 지방선거 전략에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홍준표 대표가 광역 지방자치단체장 후보로 염두에 두고 영입을 추진하던 인사들이 연이어 불출마 의사를 밝혔기 때문인데요.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던 홍정욱 전 의원(헤럴드 회장)이 지난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불출마 의사를 나타냈고요. 그보다 앞서서는 부산시장 후보로 거론되던 장제국 동서대 총장과 경남지사 후보로 물망에 올랐던 안대희 전 대법관이 선거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유력 후보들이 연이어 불출마 의사를 밝히는 모습,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나요. 그렇습니다. 한때 반기문 전 유엔 총장이 대통령선거 유력 후보로 거론됐었죠.
반 전 총장은 유엔 총장 임기를 마치고 올해 초 귀국하면서 대선 도전 의사를 강하게 나타냈습니다. 일부 여론조사에선 문재인 대통령보다 지지율이 높게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정치 행보를 하는 과정에서 크고작은 논란을 일으킨 끝에 결국 귀국한 지 20일 만에 출마 의사를 접었습니다.
그러자 한국당은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 목을 맸습니다. 박근혜 정부 마지막 총리인 황 전 총리가 대선 후보로 나서면 보수 지지층을 결집해 이길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죠. 그러나 황 전 총리 역시 대선에 나갈 뜻은 없었습니다. 결국 홍준표 현 대표가 한국당 대선 후보로 나섰지만 크게 지고 말았죠.
한국 정치에선 ‘혹시나’ 하고 기대했다가 ‘역시나’ 하면서 실망하는 흐름이 끊임없이 반복됩니다. 왜 그럴까요.
준비도 되지 않은 사람에게, 단지 새로운 인물이라는 이유로 너무 큰 기대를 걸고 역량을 넘어서는 큰일을 맡기기 때문은 아닐까요. 검증도 되지 않은 사람에게 막연한 기대를 걸었다가 ‘그럼 그렇지’ 하고 금세 실망하면서 정치에 대한 불신과 회의만 키워 갑니다.
기성 정치에 물들지 않은 새인물이라고 해서 잘해낸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홍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공직의 직분을 다하기에 제 역량과 지혜는 여전히 모자라다”고 했습니다. 정치도 하나의 전문 영역이고 실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한 것입니다.
한국당이 혹시나 하는 막연한 기대에 새 인물 영입을 추진한 것이었다면 이들이 불출마 의사를 밝힌 것이 국민을 위해선 오히려 다행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경험이 부족한 외부 인사에게 덜컥 큰일을 맡기기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내부에서 인재를 키워내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끝) /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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