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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된 엄마 현실 육아] (14) 시어머니와 SNS 친구 맺으면 일어날 수 있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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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최근 SNS 계정을 삭제했다.

갑작스러운 탈퇴 이유가 궁금해 연락해보니 시어머니의 뜨거운 관심(?)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어느날, 시어머니가 저녁을 같이 먹자고 전화를 하셨는데 "아이가 감기에 걸려 못 나갈 것 같다"고 하자 "그러게 날도 추운데 왜 애를 데리고 그렇게 밖을 쏘다니냐"고 핀잔을 주셨다고.



당시에는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며칠 뒤 주말에 남편과 아이와 함께 외식하고 음식 사진을 올렸다가 "너희들만 맛있는 것 먹으러 다니냐. 손주 감기는 다 나았냐"는 문자를 받고 그제서야 자신의 SNS를 보고 시어머니가 자신의 일상을 꿰뚫고 계신다는 것을 알게 됐다.

또 다른 친구 한 명의 SNS는 오로지 아이의 사진 일색이다. 왜 그렇게 아이 사진만 올리느냐 물었더니 "시부모님이 아이 모습을 궁금해하셔서 일부러 보시라고 사진을 올리고 있다"고 했다.



아이가 아플 때에도 행여 걱정이라도 들을까 봐 밝게 웃는 사진, 재밌게 노는 사진, 잘 먹는 사진만 골라 올리고 있다는 것.

중장년층의 스마트폰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다양한 채널의 SNS 활용은 이제 젊은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고부 갈등' 또한 스마트 시대에 맞춰 새로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동시에 많은 며느리들은 SNS를 통한 갈등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SNS를 활발히 하는 며느리라면 갈등까지는 아니지만 소소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경험 정도는 꽤 많이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시댁 쪽 친척의 친구 신청을 받고 고민에 빠졌던 적이 있다. 모른 체 거절하자니 다음에 만날 때 민망할 것 같고, 그렇다고 SNS 친구가 되자니 아이 사진은 물론이거니와 회식하는 사진, 술자리 사진, 맛집 사진, 여행 사진, 수영복 사진 등 다양한 일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친구 승낙을 했다가 며칠 뒤 시어머니로부터 "시댁 식구들하고의 사진은 없고 친정 식구들 사진만 올린다며?"라는 질투 어린 말을 들었다.

친정 아버지 칠순 기념으로 갔던 여행사진을 SNS에 올렸더니 그것을 본 친척이 시어머니에게 이 같은 내용을 전달했던 것.

악의는 없었을 테지만 타인이 무심코 한 얘기도 고부간의 대화 선상에 오르면 서로 괜한 오해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고 이후 SNS 업데이트를 할 때 한 번식 더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는 엄연히 다를 수 밖에 없다. 주말 아침 '아직도 자니'라는 같은 말을 들어도 시어머니 말씀은 왠지 '빨리 일어나서 애들 밥 안주고 뭐하니'로 들리는 반면 친정어머니가 했을때는 '애 키우랴 회사 다니랴 얼마나 피곤하니'라는 의미로 들리는 것처럼.




어느 날 육아맘 들인 친구들과의 모임에서는 시댁 식구들과의 SNS 고민이 화두로 떠올랐다.

친구 A는 "평소 뼈빠지게 육아하다가 모처럼 남편이 쉬는 날 아이 둘 맡겨놓고 친구와 영화를 보고 왔어. 간만에 외출하니 육아 스트레스가 쫙 풀리더라고. 젖먹이가 있어서 영화 보고 점심도 초 스피드로 먹고 3시간 만에 집에 온 후 일상을 카카오스토리에 올렸더니 시누이가 보고 시어머님께 말씀드렸더라. 시어머님은 나한테 뭐라 하시고 그걸 알게 된 남편은 시누이에게 화내고 집안이 엉망진창이 되고 말았지. 앞으로 일상을 카스에 올리기도 두렵고 그렇다고 시누이와 친구를 끊을 수도 없고 짜증이 나"라며 울분을 터트렸다.

또 다른 친구 B는 "늘 시어머님이 '페이스북'을 보시고는 '어디를 다녀왔냐'. '기분이 왜 안 좋으냐', '외식은 왜 그 음식으로 먹었느냐' 사사건건 간섭하셔서 이제는 관심받는다기보다는 감시당하는 기분이 들어. SNS에 글 올리면서 스트레스 해소되는 점도 있었는데 이제 사생활을 노출하기 조심스러워졌지"하고 말했다

워킹맘인 친구 C는 오히려 SNS를 이용해 손을 던 케이스다.

"난 아예 시부모님을 비롯해 형님까지 다 인스타그램 맞팔한 상태야. 전에는 아이 사진을 일일이 카톡으로 보내드려야 했는데 이제는 한꺼번에 영상까지 보여줄 수 있어 얼마나 편리하고 좋은지 몰라."

D는 "철없던 시절 멋모르고 시댁 식구들과 친구 맺었다가 이상한 얘기 나돌아서 당황했던 경험이 있어. 그 이후 SNS는 끊었지"라고 한다.

E는 "난 시어머니랑 친구 맺은 이후로는 업데이트 안해"라고 짤막히 말했다.

나도 결혼 전 먼저 결혼한 오빠의 조카 사진을 보고 싶어서 새언니에게 SNS 친구 신청을 했다가 거절당한 적이 있다. 그때는 못내 서운했는데 며느리가 된 지금은 십분 이해가 간다.

며느리이면서 동시에 시누이기도 한 우리들.

SNS는 사람들 간의 소통을 원활하게 해주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사생활 공개로 갈등이나 오해를 유발할 수 있는 계륵(鷄肋) 같은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자. 가끔은 알아도, 봤어도 모른체해주는 센스가 서로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육아에세이 '못된 엄마 현실 육아'는 네이버 맘키즈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못된 현실' 시리즈를 계속 보시려면 아래 링크에서 구독하기를 클릭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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