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SNS, 쇼핑 경계 사라지며
구글·페이스북·아마존 무한 경쟁
포털만 겨냥한 규제는 시대착오"
이호영 <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한국경쟁법학회 회장 >
입법부를 중심으로 인터넷 포털을 경쟁상황평가의 대상에 포함시키고 이에 대한 사전규제를 도입하려는 논의가 수년째 진행 중이다. 경쟁상황평가는 구조적으로 경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시장을 대상으로 시장실패를 보정하고 유효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포털이 활동하고 있는 시장은 전통적으로 기술개발과 혁신이 끊임없이 이뤄진다. 그뿐만 아니라 진입장벽이 낮고 이용자가 동시에 둘 이상 사업자의 서비스를 이용하거나(멀티호밍) 쉽게 다른 사업자로 전환할 수 있어서(낮은 전환비용) 경쟁이 매우 활발한 시장이다.
더욱이 최근 온라인서비스 시장의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무선 인터넷의 확대와 스마트폰의 급속한 보급에 따라 모바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온라인서비스 사업자들은 종전의 사업 경계에 구속받지 않고 매우 동태적으로 대응함으로써 현재 시장은 과거 유선 중심 온라인서비스 시장과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예컨대 구글이나 페이스북, 아마존 등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은 각각 자신의 기저 플랫폼인 검색,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온라인 상거래에 국한하지 않고 통신, 헬스케어, 유통, 에너지, 미디어, 금융, 자율주행차 등 혁신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새로운 영역에 진출하고 있다. 동시에 다른 플랫폼이 제공하던 서비스와 비슷하거나 이용자에게 가치를 창출하는 새로운 기능을 개발해 자신의 플랫폼에 추가하고 있다. 그 결과 종전에는 서로 경쟁관계에 있는 것으로 인식하지 못했던 사업자 간 경쟁이 현실화되고, 유력한 이종 플랫폼들이 다양한 측면에서 서로 직·간접적인 경쟁에 직면했다. 향후 이들 사이의 경쟁양상이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예측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실제로 검색서비스는 현재 포털뿐만 아니라 SNS, 온라인 상거래, 메신저 사업자들도 제공한다. 이들은 최근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혁신적인 검색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이용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매치메이커스》를 쓴 미국의 경제학자 데이비드 에번스는 이처럼 이종 플랫폼들이 이용자를 자신의 플랫폼으로 유도하기 위해 지속적인 혁신으로 차별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현상을 ‘관심끌기 경쟁(attention rivalry)’이라고 표현했다. 이런 현실을 도외시하고 포털만을 대상으로 한 시장획정이나 경쟁상황평가는 자칫 정책결정자나 법집행 담당자를 오도할 우려가 크다.
또 모바일 전환으로 인해 포털의 ‘문지기(gatekeeper)’ 역할은 급속하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 최근 연구결과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PC와 웹을 기반으로 한 유선 인터넷과는 달리 스마트폰과 앱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환경에선 이용자가 포털 이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앱을 통해 해당 분야에 특화된 정보를 검색할 수 있다.
설령 특정한 포털이 검색서비스 시장에서 지배적 지위를 가진다고 할지라도 이를 상거래서비스 등 인접시장으로 전이시킬 수 있는 힘이 현격히 약화되고 있다. 즉, 포털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얻은 이용자라고 할지라도 포털 대신 관련 앱을 이용해 직접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이런 현상은 종전 지배적 포털사업자에 제기된 경쟁 제한적 우려를 상당한 정도로 완화시키게 된다.
따라서 포털사업자에 대한 근시안적이고 단편적인 경쟁상황평가를 전제로 섣불리 사전규제를 시도할 경우에는 오히려 온라인서비스에서 이뤄지고 있는 끊임없는 혁신과 동태적 경쟁을 가로막게 된다. 이는 이용자의 편익과 사회적 후생을 심각하게 감소시킬 우려가 있다. 입법자나 규제기관 모두 조급함을 떨치고 좀 더 신중한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
이호영 <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한국경쟁법학회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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