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모든 지자체 인력 충원·조직 운영 자율로
행정안전부, 입법예고
기준 인건비 넘어가도 교부세 감액 안 하기로
인구 10만 미만 시·군, 과 설치 상한기준 없애
[ 백승현/박상용 기자 ]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 정원을 규제해온 ‘기준 인건비’ 제도가 내년부터 사실상 폐지된다. 과(課) 단위 이하 기구 설치가 자유로워지는 등 지자체의 인력·조직 운용 권한이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지방분권 강화라는 환영의 목소리와 함께 지방정부 비대화로 ‘손톱 밑 가시’로 불리는 규제가 많아지고 행정 서비스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행정안전부는 26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발표했다. 이 개정령안은 내년 1월8일까지 입법예고한 뒤 국무회의를 거쳐 곧바로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령안은 지자체가 인건비성 경비 총액(기준 인건비)을 초과해 인건비를 쓰는 경우에도 별도의 제약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게 주 내용이다. 지자체별로 자율적으로 정원과 조직을 관리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지금까지는 행안부가 지자체별로 기준 인건비를 정해놓고 이를 초과하면 보통교부세를 깎는 불이익을 줬다. 이전에는 더 엄격했다. 정부 수립 이후 1980년대까지는 지자체가 정원을 늘리려면 정부의 승인(개별승인제)을 받았고, 1989년에는 표준 정원제(한도 설정), 2007년부터는 인건비와 인력 한도를 설정한 총액인건비제가 적용됐다. 현행 기준 인건비제는 2014년 도입됐다.
개정령안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 미만 시·군(78개)에 대한 과(課) 설치 상한 기준이 사라진다. 국(2개 한도 내·4급) 설치도 허용된다. 그동안 인구 10만 명 미만 시·군은 국을 설치할 수 없어 부단체장(4급)이 9~18개의 과를 직접 관할해야 해 통솔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수원·고양·용인·창원)는 인구 규모가 비슷한 광역시의 직급체계 등을 감안해 3급 또는 4급 직위를 1명 늘릴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지방정부의 자율성 확대가 지자체의 무분별한 ‘몸집 불리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불필요한 과 단위 조직이 늘어나거나 지자체장이 선거를 앞두고 취업 준비생 같은 젊은 유권자를 의식해 정원을 늘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행안부에 따르면 전국 지방공무원은 지난해 말 기준 30만3401명으로 전년(29만9273명)보다 4128명 늘었다. 11년 전인 2005년(26만6176명)보다는 13.9%가량(3만7225명) 증가했다. 복지와 일자리 등 행정 수요가 늘면서 공무원이 더 필요하다는 설명이지만 내년부터 인력 관리가 자율화되면 공무원 증가 속도는 더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각종 인허가권을 쥔 지방 정부가 커지면 규제 심화와 함께 정작 행정 실무인력은 줄어 행정 서비스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과장 자리가 늘어나면 조직이 많아지면서 기존 실무인력을 분산 배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행안부는 지자체의 방만한 인력 운용을 막기 위해 보통교부세를 기준인건비 범위 내 인건비 집행분을 기준으로 산정하기로 했다. 또 지자체가 인력 운용 결과를 지방의회에 제출하도록 하고 주민공개도 확대하기로 했다.
백승현/박상용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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