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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결산·영화] (1) '택시운전사' 유일한 천만…수백억 들여도 참패, 입소문이 흥행 판가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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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톱스타만 캐스팅한다고 성공하는 시대는 지났다. 관객의 눈은 월등히 높아졌고 작품성이 입증돼야 스스럼없이 지갑을 연다. '입소문'이 영화의 흥행을 이끄는 중요한 요소가 된 것이다.

2017년 올 한 해도 많은 영화들이 우리를 울고 웃게 했다. 충무로 남풍(男風)은 여전히 거셌으며 약체로 불리던 영화들이 반란을 일으켜 극장가를 뜨겁게 달궜다.

한국영화진흥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총 474편의 한국영화가 올해 개봉했다. 지난해 332편에 비해 142편이 늘었다. 1억100만6483명의 관객이 한국영화를 찾았으며 관객 점유율은 49.3%를 달성했다. 연말까지 더하면 지난해 동원한 관객 수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 천만 영화 단 한 편…올해도 남남(男男) 케미가 대세

최고 흥행작은 단연 '택시운전사'다. 올해 개봉작 중 유일하게 천만 관객을 돌파한 작품이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독일 기자를 태우고 광주로 향한 택시운전사의 이야기로 재미뿐만 아니라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1218만 관객, 누적 매출액은 958억 원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올해 흥행작 2위는 '공조'다. 지난 1월 개봉한 '공조'는 781만 관객을 모으는 파워를 과시했다. 총 100억 원 대의 제작비를 들여 637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남북 최초의 비공식 합동수사라는 신선한 설정에 유해진의 코믹한 연기, 현빈의 액션이 조화를 이뤄 호평을 받으며 상반기 최고 흥행작으로 남았다.

'공조'와 같은 날 개봉한 정우성, 조인성 주연의 '더 킹'도 2월 초 극장가를 점령했다. 1월 개봉 한국 영화 가운데 역대 오프닝 1위 기록을 세웠고, 손익분기점인 350만 명을 가뿐히 돌파한 뒤 531만 관객으로 기분 좋게 막을 내렸다.


◆ 예상치 못한 대박…중소형 영화들의 반격

올여름 '청년경찰'은 의외의 복병으로 떠올랐다. 두 경찰대생의 청춘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박서준과 강하늘 콤비로 565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예상 밖의 흥행세를 보였다. 40대 남자배우들이 꽉 잡고 있는 충무로에서 두 사람이 20대 남자 배우 기근 현상을 조금이나마 해소했다는 점이 괄목할만한 성과다.

'범죄도시'의 흥행 역시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개봉 당시 큰 기대가 없었으나 점차 입소문을 탄 뒤 687만 관객을 동원하며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 역대 3위 기록을 세웠다. '범죄도시'는 스타 캐스팅, 높은 제작비가 아니더라도 오로지 작품성만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준 영화다. 주연배우 마동석, 윤계상뿐만 아니라 명품 조연들의 열연도 흥행에 한몫했다.

나문희, 이제훈 주연의 영화 '아이캔스피크'도 입소문의 힘을 제대로 보여줬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추석 극장가를 훈훈하고 따뜻하게 물들였다. 77세의 나문희는 이 영화로 데뷔 56년 만에 첫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 혹평·논란…톱스타로도 넘지 못한 높은 벽

기대와 달리 아쉬움을 남긴 작품들도 있다. '리얼'은 개봉 전부터 톱스타 김수현의 입대 전 마지막 작품, 제작비 115억 원이 들어간 거대한 스케일 등으로 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영화적 지식이 부족했던 이사랑 감독의 난해한 연출과 편집으로 유례없는 혹평에 시달리며 47만 관객이라는 처참한 성적으로 자취를 감췄다.

'군함도'는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등 화려한 캐스팅과 260억 원의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들여 화제를 모았으나 예상치 못한 논란에 휩싸였다. 역사 왜곡 등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선 것. 659만 명이라는 적지 않은 관객을 모았지만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된 탓에 끝내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다. 천만 영화가 될 거라는 기대에 못미처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 8월 개봉한 '브이아이피' 역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다. 한국 누아르 영화 계보에 한 획을 그은 '신세계' 박훈정 감독과 장동건, 김명민, 이종석의 만남만으로 큰 관심을 끌었지만 나체의 여성이 여러 명의 남자에게 고문을 당하는 장면이 '여성 혐오' 논란에 휩싸였다. 결국 손익분기점인 150만 명을 넘지 못한 채 초라하게 퇴장했다.


◆ 윈윈일까 전쟁일까…연말 극장가 빅3 대전

연말 성수기에는 빅3 대작이 격돌해 치열한 싸움을 벌인다. 첫 타자는 '강철비'다. '변호인'으로 천만 관객을 동원한 양우석 감독과 정우성, 곽도원의 만남, 남북한 핵전쟁 위기를 소재로 해 기대를 높였다. 개봉 후 탄탄한 스토리와 짜임새 있는 연출, 배우들의 열연이 입소문을 타 역대 겨울 개봉 천만 영화 흥행 속도를 모두 경신하고 있다.

이어 '신과 함께-죄와 벌'이 지난 20일 개봉했다. 제작 기간 6년, 총 제작비 400억 원이 투입된 대작이다. 할리우드 못지않은 거대한 스케일의 블록버스터로, 개봉 첫날 4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파죽지세 흥행 태세에 돌입했다. 손익분기점인 600만을 돌파해 '천만 영화' 타이틀을 걸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올해 마지막 주자는 '1987'이다. 오는 27일 개봉하는 '1987'은 1987년 일어난 민주항쟁과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진실을 알리려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그려 연말 관객들에게 묵직한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한예진 한경닷컴 기자 geni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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