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경찰
[ 이현진 기자 ]
“멧돼지를 만나면 어떡합니까?” “피해야지.” “경찰인데요?” “멧돼지는 상대가 경찰인 줄 몰라.”
경북 영주경찰서 관할 치안센터의 아침은 전날 밤 농가에 나타난 멧돼지 이야기로 시작했다. 순경복을 입은 배우 오대환이 멧돼지 대처법을 묻자 치안센터장은 “피하라”고 농담하면서도 “인명피해가 생기지 않는 한 총을 쏘면 안 된다”고 당부한다. MBC에브리원에서 방영 중인 예능 《시골경찰 시즌2》(사진)의 한 장면이다. 이 프로그램은 신현준 등 배우들이 영주에서 순경으로 생활하며 생기는 소소한 에피소드로 인기를 얻었다.
《시골경찰》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주요 업무는 ‘문안 순찰’이다. 사건사고가 많지 않은 시골 치안센터에서는 이 같은 문안 순찰에 집중한다. 27년째 전남 함평경찰서에서 근무하는 김준일 대동파출소 경위는 “마을의 94세 할머니께 1주일에 한두 번 문안을 드릴 때마다 ‘또 언제 올랑가’하고 눈물을 글썽이신다”며 “우리가 할머니에게 위로가 된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외풍이 심한 낡은 집에 비닐 바람막이를 달거나, 몸이 아플 때 수화기만 들면 바로 파출소로 연결되는 무다이얼 전화기를 설치하는 것도 시골경찰의 몫이다.
멧돼지 고라니 까치 등 농가에 피해를 주는 야생동물 포획도 주요 임무다. 시골경찰들은 각 마을 이장과 ‘신고 네트워크’를 꾸리고 이들 야생동물이 나타나면 유해조수 구제단을 보내 잡는다. 김 경위는 “흔히 길조로 불리는 까치도 힘들게 농사지은 과일을 쪼아먹어 피해가 적지 않다”며 “전신주에 까치집을 지어 정전이나 화재 위험도 있어 늘 신경 쓴다”고 설명했다.
시골경찰에게 순찰차만큼이나 친숙한 것은 경운기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운전하는 전동휠체어나 4륜 오토바이(ATV)도 몰 줄 알아야 한다. 강희용 강원 태백경찰서 철암파출소장(경감)은 “사고가 일어나면 경찰들이 직접 운전한다”며 “사고를 막기 위해 관내 탈것에 반사시트지를 붙이는 작업은 필수”라고 전했다. 시골경찰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인력 수급. 총 8명이 일하는 철암파출소는 내근직을 제외하고 달랑 2명이 넓은 마을의 순찰을 돌아야 한다. 경찰관의 고령화도 문제다. 김 경위는 “함평서 경찰들의 평균 연령은 49세”라며 “시골에 젊은 순경이 부족한 게 아쉽다”고 털어놨다. 30대인 강 소장도 후배들에게 시골경찰을 ‘강추’(강력 추천)했다. 그는 “젊은 사람이 부임한 게 이번이 처음이라 지역 주민이 살갑게 대해주시는 편”이라며 “도시와 달리 시골의 풋풋한 정을 느끼며 일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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