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증권부 기자) “이제 한국에서도 에스토니아의 이레지던시(e-Residency) 발급이 가능해집니다. 에스토니아는 이를 계기로 많은 한국 스타트업의 유럽진출을 도울 예정입니다. 특히 블록체인 기업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에스토니아 정부에서 이레지던시 글로벌기업협력을 총괄하고 있는 아담 랭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에스토니아의 디지털 신원 시스템인 이레지던시는 글로벌 창업가들이 에스토니아에서 법인을 설립하고 경영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에스토니아 정부의 이레지던시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누구나 온라인 신청이 가능하며, 심사 후 전 세계 에스토니아 대사관 및 영사관을 통해 이레지던시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 발급 후 에스토니아에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온라인으로 세계 어디서든 에스토니아 현지 법인 설립이 가능하다. 2014년 말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143개국에서 2만7068명이 이레지던시를 받아갔다. 이 제도를 활용해 에스토니아 현지에 4272개의 외국인 법인이 설립됐다.
지금까지 이레지던시 카드는 에스토니아 대사관 및 영사관에서만 발급됐다. 한국에는 에스토니아 대사관이 없어 한국 사람이 카드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에스토니아나 이웃 국가인 일본, 중국 등을 방문해야만 했다. 하지만 에스토니아 정부는 올해부터 대사관이 없는 지역에 별도의 발급 센터를 설립해 이같은 발급업무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변경했다.
그리고 이 센터의 세계 최초 설립지역으로 한국을 선택했다. 내년 1월 서울 중구 남대문에 있는 VFS코리아 비자센터에 이레지던시(e-Residency) 창구가 개설될 예정이다. 랭은 “이레지던시를 받아간 한국인은 200여명 정도로 이는 대사관이 없는 지역 중에서는 가장 많다”며 “한국을 조사한 결과 스타트업이 활발하고 유럽 진출을 희망하는 업체들도 많아 에스토니아 이레지던시를 보다 확대할 수 있는 지역이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레지던시 카드는 인터넷을 통해 신청한 뒤 이제 VFS코리아 비자센터에서 직접 수령할 수 있다. 국내 스타트업들이 해외에 가지 않고서도 이 카드를 활용하면 한국에서 EU지역 법인 설립이 가능하다. 에스토니아 정부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설립된 법인의 해외파트너, 투자유치 등도 적극지원 할 계획이다. 랭은 “한국에서 활발한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에게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스토니아는 이미 블록체인을 활용한 투표시스템, 의료정보 관리시스템 등을 실생활에 적용하고 있다. 그만큼 블록체인 기술이 뛰어난 국가로 평가 받는다. 최근에는 세계 최초로 국가차원에서 가상화폐공개(ICO, initial coin offering)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에스토니아는 에스트코인(Estcoin)이라는 이름의 자국의 가상화폐 발행을 검토 중이다. 그는 “기업들은 ICO를 하기 위해서 다양한 해외지역에 법인설립을 검토한다”며 “이 분야 스타트업들은 이레지던시를 활용해 해외 법인을 설립하고, 블록체인 기술 투자유치 등과 관련해 에스토니아 정부차원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끝) / highk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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