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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탈원전 공약, 포기하는 것도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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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025년까지 원자력 발전 비중을 75%에서 50%로 축소하겠다던 대통령 선거 당시의 공약을 사실상 철회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국제사회 최우선 과제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라며 “탈(脫)원전 선언 이후 석탄발전소 가동이 늘어 오히려 탄소 배출량이 증가한 독일의 예를 따르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원전은 탄소배출이 가장 적은 친환경 전력 생산방식이며 신재생에너지는 전력 생산이 불안해 원전을 대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독일처럼 탈원전에 집착했다가는 탄소 배출량 감축과 에너지 수급이 어렵다는 현실을 감안한 결정이다.

원전 발전비중이 세계 1위인 프랑스의 이런 결정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프랑스는 원전 58기를 가동 중이며, 전력 생산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71%(2017년 상반기 기준)에 이른다. 풍력과 태양광 등 원전의 대안이라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에도 유리한 자연조건을 갖췄다. 그런데도 국익을 고려해 에너지 정책의 궤도를 과감히 수정한 것이다.

원전 발전 비중이 약 30%로 세계 평균(10%)보다 높은 한국도 장기적으로 에너지원(源)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외부와 단절된 ‘에너지 섬’이고 에너지 해외 의존도가 97%인 현실을 감안하면 에너지 안보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발전 단가가 싸고 공급이 안정적인 원전을 제쳐놓고는 에너지 자립을 이루기 어렵다. 한국 원전산업 경쟁력도 세계 최상위권이다. 원전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기업만 수천 개에 이른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파리기후 협약에 따라 2030년까지 탄소배출 전망치 대비 37%를 줄여야 할 처지다. 탄소배출이 거의 없는 원전을 계속 줄이고도 어떻게 에너지 안보와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원자력 전문가들이 그제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공약이 반영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탄소 감축과 전력공급 안정성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부족하다”고 지적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우리가 처한 현실을 기반으로 에너지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가 백년대계인 에너지 정책은 수급 안정과 환경, 경제성, 산업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수립돼야 한다. 국익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이 서면 공약이라도 과감히 포기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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