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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해운·조선 상생전략으로 재건 앞당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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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물동량에 해운운임 상승세
선박 환경규제, 선복과잉 해소 기회
'해운 한국' 회복할 선제적 지원 절실"

전준수 < 서강대 석좌교수·경영학 >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파가 몰아쳤던 해운 시장에 봄기운이 일고 있다. 최근 들어 각종 해운 운임지수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2017년의 건화물선 운임지수(BDI)는 연평균 1200 정도로 전년 대비 두 배 치솟았다. 원자재의 해상운송비용을 나타내는 지수인 BDI는 세계 물동량을 가늠해보는 척도로 평가받는다. 그동안 선사들은 해운불황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로 신규선박 발주에 소극적이었다. 아직 선복과잉 상태로 내년에도 선사들의 새 선박 발주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물동량 증가로 내년도 BDI는 연평균 1384 정도로 올해보다 25.7%가량 상승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컨테이너 정기선 시황은 긴 불황의 터널에서 벗어난 상태다. 올해 컨테이너 정기선 운임지수는 전년 대비 약 16% 상승했다. 이는 지난 2~3년간 대형 컨테이너 선사들의 인수합병(M&A)이 활발했기 때문이다. 한진해운 파산 이후 세계 상위 10개 컨테이너 선사의 시장 점유율은 2000년 대비 2배 증가한 77%에 이르고 있다. 공급측면에서의 변화뿐 아니라 수요측면에서도 여건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글로벌 경제 기구들은 내년도 세계 경제 성장률을 3.7%로 전망한다. 올해보다 0.1%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올해 세계 무역량도 4.2%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는 등 경기회복세에 대한 기대는 뚜렷하다.

가장 중요한 변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강화정책이 될 것이다. 2019년 9월부터 평형수 처리설비의 설치를 강제하는 규제가 발효된다. 선박이 공선(空船) 시 균형을 잡도록 하기 위해 주입하는 평형수 배출에 따른 해양생태계 교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2004년 이전 건조된 선박은 평형수 처리설비를 설치해야 하는데 컨테이너선은 전체 선복량의 17.4%이고 건화물선은 15.8%에 이른다. 선박당 설치비용은 60만달러 정도이지만 노후선의 경우 설치 및 유지비용이 부담될 것이다.

또 IMO는 2020년부터 선박 배출가스에 포함된 황산화물 함량 허용치를 기존 3.5%에서 0.5%로 낮출 예정이다. 이를 위해 선사들은 기존 선박에 탈황설비를 설치하거나 저유황연료를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탈황설비는 대당 150만달러에 달하며 유지·관리비용도 만만치 않다. 저유황유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벙커C유에 비해 50% 정도 가격이 높고 2020년 이후 수요변화에 따라 가격이 어떻게 변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또 세계적인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따라 이산화탄소 배출도 2021년 이후 규제될 전망이어서 해운업계는 또 다른 도전과 위기상황을 맞게 된다.

그러나 이는 현재의 고질적인 선복과잉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현대상선은 컨테이너 정기선 시장에서 한진해운 파산 이전의 ‘해운 한국’ 위상을 회복한다는 구상이다. 2만20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12척을 발주키로 하고 자금 조달 방법과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주요항로는 선복과잉 상태다. 그러나 대형선 시대를 열어젖힌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사 덴마크의 머스크가 대우조선에서 1만8000TEU급 컨테이너선 20척을 건조한 게 2010년부터다. 현대상선이 발주할 최신 컨테이너선은 연료효율이나 친환경 설비 측면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가격경쟁력을 잃어 무너진 우리 조선업 재건에 필요한 일감을 준다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우리 해운선사들이 운송 경쟁력을 갖추고 환경규제를 극복할 수 있도록 신조선 건조에 범국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금융회사의 전향적 자세가 절실하다. 해운 한국의 위상을 한발 앞서 되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전준수 < 서강대 석좌교수·경영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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