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의 고백 "SNS, 건강에 나쁠 수도"

블로그 통해 '악영향' 인정

타인과 상호작용 없이
'좋아요' 많이 누른 사람들
신체적·정신적 건강 나빠져


[ 유하늘 기자 ]
“소셜미디어를 오래 쓰면 당신의 건강이 나빠질 수도 있습니다.”

의료계에서 나온 지적이 아니다. 20억 명 이상이 사용 중인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이 지난 15일(현지시간) 공식 블로그에 올린 글이다.


페이스북은 이날 자사 공식 블로그에 ‘어려운 질문들: 소셜미디어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우리에게 나쁜 것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은 국제학술지 ‘미국 역학저널’에 게재된 논문을 인용해 “다른 페이스북 사용자보다 ‘좋아요’를 더 많이 누른 사람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이 나빠진 것으로 보고됐다”는 내용을 소개했다. 다른 사람들과의 깊은 상호작용 없이 글을 올리거나 다른 사람의 글에 기계적으로 ‘좋아요’를 누르는 등 ‘수동적인 이용 행태’가 건강에 더 해로울 수 있다는 경고도 담겼다.

SNS를 운영하는 업체가 자사 핵심 서비스의 유해성을 지적하는 내용의 글을 올린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현지 언론들도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뉴욕타임스는 “저스트 두 잇(Just do it·그냥 하자)이라는 광고로 유명한 나이키가 ‘그냥 하는 것이 가장 훌륭한 삶의 목표가 아닐 수도 있다’는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나, 천연 과일 음료 메이커인 스내플이 자사 제품이 몸에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해당 글은 회사의 존재 이유에 대한 직접적인 모독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례적인 자기 고백의 배경을 놓고 다양한 추측이 나온다. 미국의 경제 전문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하루 평균 50분간 이 회사가 내놓은 다양한 앱(응용프로그램)에서 머무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대중의 의존도가 높다”며 “그러다 보니 회사에 가해질 만한 비판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페이스북은 사람들이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자사 앱에서 보내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페이스북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창업 13년 만인 올해 월간이용자수(MAU) 20억 명을 돌파했고 분기 광고 매출 규모는 10조원을 웃돈다. 그러다 보니 각계각층에서 “덩치가 커진 만큼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져 나온다.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 과정에선 ‘가짜 뉴스’ 유통의 온상으로 지목되면서 ‘미국 사회를 분열시키는 역할을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자살과 폭력 동영상 등 불법적인 게시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다는 문제 제기도 나왔다.

전직 임원들이 페이스북 비판 행렬에 동참하기도 했다. 페이스북 초대 회장을 지낸 션 파커는 지난달 “페이스북이 아이들의 머릿속에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는 오직 신만이 안다”며 독설을 쏟아냈다.

차마스 파리하피티야 전 페이스북 부사장도 지난달 10일 미국 스탠퍼드경영대학원 강연회에서 “소셜네트워크가 토론 등 사회의 작동 방식을 파괴하고 있다”며 “20억 명에 달하는 사용자를 끌어들이는 데 도움을 준 것에 엄청난 죄책감을 느낀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는 “인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여러분의 행동은 프로그램화되고 있다”며 “자신은 물론 자녀들도 페이스북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하늘 기자 sky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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