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기완 기자 ] 무역 1조 달러, 아무나 못한다
올해 우리나라의 무역액(수출+수입)이 1조달러를 넘을 전망이다. 11월 말 현재 무역 총액은 약 9594억달러(수출액 5247억8600만달러, 수입액 4345억9100만달러)에 달한다. 12월 한 달 무역액이 406억달러만 넘으면 ‘무역 1조달러 클럽’ 재진입은 무난하다. 11월 한 달 무역액이 914억달러에 달한 점을 감안하면 1조달러 달성은 무난할 전망이다.
우리나라가 ‘무역액 1조달러’를 달성한다고 하면 1조달러 달성이 쉬운 것처럼 느껴진다.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는 2011년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1조 클럽’에 가입했다. 미국(1992년) 독일(1998년) 중국(2004년) 일본(2004년) 프랑스(2006년) 영국(2006년) 이탈리아(2007년) 네덜란드(2007년)만이 우리보다 먼저 ‘1조 클럽’에 가입했을 뿐이다. 쟁쟁한 나라들만 속한 명단에 한국이 당당히 들어간 것이다.
무역액 1조달러를 매년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 덩치가 큰 미국 독일 중국 일본 등은 어렵지 않게 1조달러대를 유지한다. 반면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네덜란드 한국은 세계 경제 상황에 따라 ‘1조 클럽’을 들락날락한다. 우리나라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 연속으로 1조달러를 돌파했으나 2015년과 2016년에는 미달했다. 올해 1조달러를 넘으면 3년 만에 클럽에 재가입하는 셈이다.
수출액만 보면 세계 6위
수입액을 뺀 수출액만으로 보면 한국의 위상은 더 높아진다. 작년 수출액 규모는 무려 세계 6위였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수출 6위는 올해에도 유지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연간 6000억달러어치를 넘게 수출하는 나라는 2016년 기준으로 중국(2조982억달러), 미국(1조4536억달러), 독일(1조3396억달러), 일본(6449억달러)뿐이다. 일본 바로 뒤가 6000억달러 아래인 네덜란드와 한국이었다.
우리나라는 내년에 기필코 수출액 6000억달러 이상을 기록해 5위권에 진입한다는 욕심을 가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내년엔 건국 이래 처음으로 수출 6000억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한다. 무협이 설정한 목표액은 6020억달러다. 우리나라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올 상반기 기준)은 3.33%에 달한다. 역대 최고였던 2015년 3.19%를 뛰어넘는 점유율이다.
올해의 경우 벤처기업들의 수출액이 작년에 비해 두 자릿수나 증가해 처음으로 200억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9월 말 현재 벤처기업 수출액은 작년보다 14.6%나 증가한 148억달러에 달한다. 계측제어분석기, 무선통신기기, 반도체 제조용 장비, 자동차 부품 등이 주력 수출품이었다. 중국 베트남 미국 일본 순으로 수출 비중이 높았다.
반도체 비중이 높다
가장 눈여겨봐야 하는 수출품은 반도체다. 단일품목으로 가장 많은 900억달러어치가 수출됐다. 반도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기업이 세계 시장을 석권한 덕분이다. 반도체는 2015년 단일품목 최고 수출기록(629억2000만달러)을 달성했는데 올해엔 그때보다 53.4%나 증가한 965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내년에도 반도체 수출액은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의 투자 확대에 따른 수요 증가로 단일품목 최초로 수출액 100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로, 1980년부터 1990년대 말까지 약 20년간 우리나라가 가장 많이 수출한 품목은 섬유제품이었다. 2000년대 이후 반도체, 자동차, 선박 등으로 주력 품목이 바뀌었으며 2013년 이후엔 반도체가 독주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반도체 비중이 너무 커 수출품목을 더욱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한다.
중국과 미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는 최근 2년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9월 말 현재 두 나라 비중은 35.8%였다. 2012년(35.2%) 이후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같은 기간 아세안, 유럽연합(EU), 인도 등으로의 수출 비중이 늘어났다.
◆관점
무역 규모는 한 나라가 경제적으로 얼마나 잘 사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객관적인 지표다. 행복에 대한 기준 은 개인마다, 나라마다 다를 수 있 지만 개방과 교역을 통한 무역 확대 는 전체 국민의 복지를 끌어올린다. 한국이 무역대국 반열에 오른 이유 를 알아보자.
고기완 한경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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