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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청혼 - 박신규(1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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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12월이다. 눈발이 날린다. 눈이 지붕과 골목을 지운다. 잠시 세상이 하얗게 지워진다는 일은 기적이다. 그런 날엔 수억년 전에 소멸한 별 하나가 나의 창문 앞에서 빗금을 그으며 떨어져 내렸다. 물론 나는 나의 애인과 함께 저 야경을 보고 있었다. 당신이 웃으면 꽃이 피고 싹이 나는 사랑이여, 그런 미미한 날들이 흘러가고 있었다. 잠시 창을 열어 눈발을 들이는 일을 청혼이라 해두자. 오만한 고백은 소소한 것들을 더 응시하게 해준다. 어깨의 애잔함까지 꿰뚫어보는 시인, 때문에 하루가 온통 환해진다.

이소연 < 시인 (2014년 한경신춘문예 당선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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