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용 이엑스티 대표 인터뷰
이엑스티, 오는 18일 코스닥 시장 상장 예정
지난달 15일 경북 포항 지진으로 전국이 흔들렸다. 몇 시간 후 서울 가산동 이엑스티 직원들의 스마트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문자로 전화로 카톡으로…. 표현은 저마다였지만 공통된 내용은 '너희 회사가 지진이랑 관련있지 않냐?'라는 것이었다.
상장을 준비하고 있던 송기용 이엑스티 대표(사진·48)의 전화에도 불이 나긴 마찬가지였다. 사업현황부터 주식까지 다양한 문의들이었다. "저번에 지진과 관련해서 무슨 공법을 설명했던 것 같은데 정확히 뭐였죠?", "상장했다고 한 것 같은데 관련 기업인가요?" 등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운 관심이었지만, 송 대표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2004년 기초·지반 전문기업으로 이엑스티를 설립하고 그는 줄곧 "기초공사가 중요하다"는 말을 10여년간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런 그가 아파트가 기울어지고 필로티가 무너지는 뉴스를 보고 있자니 속이 탔다. 포항지역 복구작업을 위해 성금 1억원을 전달한 까닭도 전문기업으로서의 사명감에 힘을 조금이라도 보태기 위해서였다.
"관심을 받으니 놀랍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엉뚱한 쪽으로 관심을 받는 건 아닐까 우려되기도 했습니다. 오히려 상장되기 전이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회사의 역량을 보여주기도 전에 테마주로 엮이는 건 회사건 투자자건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까요."
◆"포항지진 피해 안타까워"…'지진 테마주' 보다 '회사 역량' 알아봐주길
현대산업개발 출신인 송 대표가 강조하는 회사의 역량은 '기술'이다. 10여년간 지속적인 기술개발로 기초공사와 관련된 신기술과 각종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기술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건축물에 적용할 수 있다. 공장과 같은 중저층용, 고층용, 도심재생용 등으로 저마다의 장점과 공법이 있다.
이번에 지진으로 주목받은 공법은 PF(Point Foundation)공법이다. 연약지반 보강기초공법이라고도 불린다. 땅을 파는 기초 공사시 여러 개의 구멍을 뚫어서 파이프와 같은 '파일'을 박는 기존 공법이 아닌, 친환경 고기능성의 바인더스(재료)를 이용해 땅을 강화하는 방법이다.
기존 방법은 기초공사 중에 구멍을 만들면서 흙을 파내야했고, 파일을 깊에 박으려다보니 암반층까지 파내려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때문에 땅이 힘을 못받거나 물이 차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PF공법은 기존의 땅을 파내는 게 아니라 땅 자체를 단단하게 해주는 것이다. 땅의 밀도를 높이는 방법이다보니 땅을 과도하게 깊게 팔 필요도 없다. 튼튼한 지지력은 물론이고 공사비도 절감할 수 있다. 땅이 단단해졌으니 지진과 같은 흔들림에도 더 강하다.
"공사장 민원이 많은 시기가 기초공사에서 구멍을 뚫는 작업 기간입니다. 소음이 심한데다 계속해서 반복되니까요. 하지만 PF공법은 원가도 절감하고 공기도 단축할 수 있는데다 소음도 기존보다 줄어듭니다. 지하주차장이나 중저층구조물을 지을 때 적당한 방법입니다."
이미 서울 최대 재건축 단지로 꼽혔던 송파 헬리오시티(옛 가락시영아파트)의 아파트 주차장 기초나 한화 큐셀 진천공장, 부천오정 물류센터의 기초공사에 적용됐다. 국토교통부의 건설신기술을 획득한 공을 톡톡히 봤다.
◆공사비·공기·소음 줄이는 신기술 많아도…"수주는 쉽지 않더라"
하지만 이엑스티의 주인공격인 기술은 따로 있다. 회사의 이름과 같은 '이엑스티 파일(EXT Pile)' 기술이다. 선단확장형(extended) 파일이라고도 불리는데, 기존의 고층빌딩 기초공사를 위해 땅에 박는 파일에 변형을 준 형태다.
기존의 파일은 막대처럼 긴 형태지만, EXT파일은 한 쪽 끝에 둥그렇게 발이 달려있다. 땅 속에서 닿는 면적이 넓다보니 안정적이고 지지력이 강해지는 효과가 있다. 그만큼 파일을 덜 박거나 파일의 두께를 줄이고도 똑같은 무게를 지탱할 수 있다. 공사기간이 짧아지고 원가가 절감되는 효과는 당연히 따라온다. 구멍을 덜 파고도 똑같은 효과를 얻는 셈이다.
"중고층 구조물이나 플랜트 설비, 토목구조물을 지탱하기에 기존 공법보다 훨씬 경제적입니다. 고척돔구장이 이 방법으로 공기를 72일 줄이고 6억원의 원가를 절감했고, 세종시의 정부청사도 원가를 3억6000만원 아끼면서 공기를 22일 단축했습니다."
EXT파일은 회사의 대표적인 기술이지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작년 기준으로 40%도 되지 않는다. 지난해 298억원의 매출에서 EXT파일은 116억원을 기록했다. 오히려 연약지반을 강화하는 PF공법이 146억원으로 덩치면에서 더 앞섰다.
송 대표 또한 이 점이 아쉽다고 토로했다. "사실 'EXT 파일' 기술이 되겠다 싶어서 창업을 결심했고 창업초창기에는 이 기술로 각종 인증과 특허를 받는데 매달렸습니다. 우수하고 좋은 기술이라고 검증하고 설득했지만, 시제품 만드는 것 조차도 어려웠습니다. 공사 현장에 적용되기는 더더욱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나 공사 규모가 큰 현장에 들어가는 기술이다보니 '변화' 보다는 '안전'한 선택만 하더라구요."
그렇다고 포기할 그가 아니다. 기술의 우수성은 자신 있으니 이제는 '서비스'까지 힘을 보탰다. 제품만 판매하기 보다는 품질관리까지 책임지는 옵션을 제공한다. 고객사가 '상주관리'를 선택하면 전문가가 상주하면서 지반분석부터 공사기간 내내 컨설팅 리포트와 구조지원을 한다. 공사현장에서 가능한 절감방안까지 내놓고 사후서비스까지 제공한다.
◆후속 신기술 줄줄이 대기중…"상장으로 인지도 높이는 게 목적"
이엑스티는 이 밖에도 내진보강과 리모델링의 기초공사가 가능한 SAP(Screw Anchor Pile; 다목적 소구경파일) 공법도 보유하고 있다. 오래된 학교의 내진보강공사나 아파트의 리모델링 현장에서 지하주차장을 확보하는 공사를 진행했다.
현재 개발중인 기술만도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저하중 기초공법이나 구멍을 파지않고 파일을 시공하는 방법, 초음파를 사용해 지중을 탐사하는 방법과 지하 기초공사 부분을 3차원(3D)으로 구현하는 기술들도 개발중이다.
송 대표는 신기술에서 서비스까지 토탈솔루션으로 '기초공사의 판'을 바꾸고 있다. 이러한 뜻에 동참하는 협력회사들이 하나 둘씩 늘면서 자체적인 '생태계'도 형성됐다. 그러나 엔지니어 출신인 탓일까? 연구 ·개발, 생산, 서비스까지 손발이 척척 맞지만 한번 더 뛰어 오르자니 마케팅이 발목을 잡곤 한다.
"퇴직금 3000만원으로 시작해 여기까지 오다보니 탄탄하게 내실을 다지는 과정이 우선이었습니다. '무차입경영'을 고수하고 있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직원이 40여명 정도인데 대부분이 기술관련 인력들인 것도 '제대로된 걸 만들어야 팔 수 있다'라는 생각에서였죠. 이제는 제대로 되다못해 '우수한 기술'이니 시장을 향해 또 한 걸음을 옮겨보려고 합니다."
송 대표는 이번 상장으로 회사와 기술의 인지도를 높일 계획이다. 더불어 우수 인재 확보를 통해 국내 관급 수주와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엑스티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216억원, 영업이익은 51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23.6%에 이른다. 이엑스티는 지난 5일 합병등기를 통해 합병을 완료했다. 오는 18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될 예정이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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