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길기모 < 최고리스크책임자(CRO) >
심사팀 국내 증권사 중 최대 규모
측정할 수 있는 위험은 위험 아니야
철저한 위험 평가로 수익성 추구
[ 윤정현 기자 ] 메리츠종금증권의 각 사업부에서 리스크관리본부 심사팀으로 들어오는 투자 관련 딜(거래)은 한 달에 100여 건에 달한다. 연간으로는 1000건을 훌쩍 넘는다. 이 중 심사팀 검토를 통과한 일부만 1주일에 두 번 열리는 ‘딜 리뷰(검토)’ 회의에 올라갈 수 있다.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사장을 비롯해 김기형 부사장, 길기모 최고리스크책임자(CRO·전무·사진) 등 10여 명이 한자리에 모여 치열한 토론 끝에 최종 결정을 내리는 자리다.
이렇게 선택하고 실행한 딜에서 손실을 본 경우는 없었다. 길 전무는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발생한 적은 있지만 미리 확보한 담보를 처분해 투자자금을 회수할 수 있었다”며 “다른 증권사에 비해 딜 소싱(발굴)이 확연히 많다 보니 골라서 투자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강점”이라고 말했다.
투자 승인으로 해당 딜과 관련한 리스크관리본부 역할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변화하는 시장과 기업 여건을 지속적으로 살펴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2010년대 초반엔 한 태양광 발전업체 전환사채(CB)에 투자했다가 업황이 꺾일 조짐을 보이자 바로 회수를 결정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평창 올림피안힐즈 고급 아파트의 미분양으로 투자 대상 사업에서 수백억원 규모 부실이 발생했지만 메리츠종금증권은 보유했던 담보물을 적당한 시기 처분해 원리금을 전액 회수했다. 길 전무는 “처음 판단이 틀렸을 수도 있지만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나름의 안전장치도 마련해 놓는다”며 “자산 가치가 양호하면 결국은 해결된다”고 말했다.
나이스신용평가(옛 한국신용정보), 신한금융투자 등에서 연구원으로 활약한 길 전무는 2011년 메리츠종금증권에 합류해 이듬해부터 리스크관리본부장을 맡았다. 리스크관리본부는 대표이사 직속 조직으로 변호사와 시공사 및 시행사, 신용평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 인력으로 구성됐다. 심사 능력을 강화하면서 2010년 20명이던 인력이 올해 42명까지 늘었다. 심사팀이 절반 가까이(18명)를 차지한다. 국내 증권사 중 최대 규모다.
길 전무는 위험 요인을 분석하고 그 정도를 측정할 수 있으면 그것은 위험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위험 평가가 가능한 거래만 택했기에 시장에서 가장 위험하다고 여기던 결정이 안전하고 수익성 높은 투자로 바뀔 수 있었다. 위험 대비 기대 수익률이 뛰어난 거래를 골라내고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 내도록 지원하는 ‘공격형 수비수’인 셈이다. 위험을 무조건 회피하거나 수익률 욕심에 치명적인 위험을 무시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다른 증권사 리스크관리 부서와의 차이점이기도 하다.
길 전무는 “시장이 효율적이라면 모든 초과 수익에는 그에 상응하는 위험이 있고 결국 그 위험을 수용할 수 있는가를 판단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그래서 위험은 회피하는 게 아니라 관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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