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초청 오찬서 사면 원칙 첫 언급
성탄절·새해 첫날 유력
[ 조미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6일 “사면은 준비된 바 없다”면서도 “특별사면을 한다면 연말연초 전후가 될 텐데 서민 중심, 민생 중심으로 국민 통합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종교지도자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나 쌍용자동차 사태로 오랫동안 감옥에 있으면서 가족까지 피폐해진 분들이 새로운 국정철학에 동참할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는 김희중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대주교)과 통합진보당 의원들의 사면을 요청하는 조계종 총무원장인 설정 스님의 말에 이같이 답했다. 오찬 간담회에는 김 대주교와 설정 스님, 엄기호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한은숙 원불교 교정원장, 이정희 천도교 교령, 박우균 민족종교협의회 회장, 김영근 성균관장, 김영주 한국종교인평화회 목사가 참석했다.
문 대통령이 사면 기준을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이 거론한 서민과 민생 중심 기준을 보면 생계형 범죄자의 사면이 유력하다. 문 대통령은 여기에 “국민 통합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혀 한 위원장과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 등의 사면은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한 위원장 사면설에 대해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당에서는 “직업적 전문 시위꾼 특별사면을 추진한다면 법치 무력화와 국가 공권력 해체에 준하는 사태가 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다만 지난 9월27일 청와대에서 열린 당대표 회동에서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한 위원장 사면을 요청했을 때 문 대통령이 “나도 (한 위원장이) 눈에 밟힌다”고 말해 사면 가능성이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관측도 있다. 사면 시점은 이달 25일 성탄절이나 내년 1월1일 새해 첫날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은 2019년 3·1절 100주년과 관련, “내년부터 범국민준비위원회가 출범해야 하고 내년 예산에도 반영돼 있다”며 “내년이 되면 이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시정부 100년, 건국 100년이기 때문에 뜻깊은 행사로 준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948년 이승만 정부 수립을 건국으로 보는 보수층과의 건국절 논란에 쐐기를 박은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적폐청산과 관련해 ‘도저히 나쁜 사람은 안 되겠으나 그렇지 않은 사람은 불구속 수사하거나 풀어줘서 모든 사람이 어우러질 수 있도록 탕평책을 써달라’는 엄기호 대표회장의 요청에는 “탕평 부분은 정말 바라는 바”라고 답했다. 이어 “다만 대통령은 수사나 재판에 관여할 수 없고 구속이냐, 불구속이냐, 석방이냐 등에 개입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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