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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소야대' 장벽에 막힌 예산안… 문재인 정부 정책 입법 '가시밭길'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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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강 대 강' 대립

예산 자동상정 국회선진화법도 소수 여당일 경우엔 '무용지물'
121석 민주당, 야당과 합의 없인 예산안 표결해도 부결 불보듯
쟁점법안 처리 땐 180석 필요…한국당도 동의해야 국회 문턱 넘어
김수한 전 의장 "여야 협치로 국민에게 피해 주지 말아야"



[ 박종필 기자 ]
2014년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3년 연속 법정기한(12월2일) 내 처리된 정부 예산안이 이번에는 무산됐다. 국회선진화법이 여소야대·다당제 체제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선진화법이 취지대로 작동하지 못한 근본 원인은 어느 당도 과반 의석을 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화법 무력화시킨 다당제

다수당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도입된 국회선진화법(쟁점법안의 가결 정족수는 5분의 3 이상)은 19대 국회였던 2012년 제정돼 2014년부터 시행됐다. 2014년 당시 300석 가운데 정당별 의석수는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이 158석,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이 130석이었다. 집권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한 상태에서 교섭단체 정당이 두 개뿐인 사실상의 ‘양당체제’였다.

국회선진화법은 부수조항으로 예산안을 기한 내 처리하지 못할 경우 본회의에 자동 부의해 정부 원안을 놓고 자동으로 표결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와 여당을 존중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 예산안을 두고 정치권이 해마다 12월31일까지 벼랑 끝 줄다리기를 해온 18대 국회 때의 악습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또 예산안 때문에 반복되는 정부 운영의 ‘불확실성’을 없애자는 취지도 담겨있다.

이 같은 기능 덕에 예산안 처리는 2014년부터 3년간 법정 시한을 지킬 수 있었다. 매년 12월2일 자정마다 밤을 새우는 진통을 겪기는 했지만 과반 의석을 가진 새누리당이 단독 표결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야당이 합의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교섭단체 정당이 하나 더 생긴 20대 국회에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민주당(121석)과 한국당(116석)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고 엇비슷한 힘겨루기를 하는 상황에서 40석 의석의 국민의당이 힘의 균형추를 깨트리는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구도에서 민주당은 야당과의 사전 협의 없이 정부 예산안 원안을 그대로 본회의에 부의할 경우 부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최소한 국민의당을 끌어들여야 본회의 표결 강행이 가능하지만, 정작 국민의당은 공무원 증원·최저임금 보전 등 중점 예산안에 반대하면서 한국당과 박자를 맞췄다. 여당이 예산정국에서 주도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文 정부, 입법 가시밭길 예고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입법도 험로가 예상된다. 이번 예산안 협의 과정을 통해 한국당과 국민의당이 반대하는 사안은 국회 통과가 쉽지 않다는 것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실천하겠다고 선언한 ‘100대 국정과제’ 가운데 91개가 국회 입법을 필요로 한다. 검찰과 야당의 반대에 직면해 있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국가정보원 개혁, 재벌 개혁을 내용으로 하는 상법개정안 등 야당과 충돌할 수도 있는 입법 과제가 다음 임시국회에서 줄줄이 대기 중이다.

국민의당이 이번 예산안 정국에서 정부 여당과 각을 세우느라 민주당과 한국당 양측 주장을 중재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양당제의 폐해인 강 대 강 대결 구도를 막고 협상의 국회를 위해서는 다당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으나 이번 예산 정국에서는 다당제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바른정당과의 통합 논의 과정에서 ‘안철수계’와 ‘호남계’로 당론이 갈라진 국민의당이 일치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서 민주당도 국민의당과의 협상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분석했다.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원내대표 회담에서 타협해 국민에게 피해는 주지 말아야 하는데,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한심하다”며 “이런 식은 여야가 서로 진흙탕 싸움밖에 안 되는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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