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차거부·바가지 요금 판치는 '택시 갑질'
뒷문 잠근 채 "어디 가세요?"
콜 받지 않고도 예약등 켜…장거리 아니면 승차거부 예사
승객들 도로 한복판서 흥정
잠실까지 가는데 2만원…평소 요금 7천원의 3배
"시간 지나면 더 올라" 꼬드겨
연말까지 315명 단속반 투입
심야 택시 절대부족이 문제…카카오택시 대책 실효 '글쎄'
[ 박진우 기자 ]
영하 8도 강추위가 몰아친 지난 2일 새벽 1시 서울 강남역. 송년 모임을 마치고 귀가하려는 시민들로 길거리는 대낮처럼 북적였다. 지하철과 버스마저 끊긴 심야 시간 유일하게 남은 교통수단인 택시는 저마다 ‘빈차’ 대신 ‘예약’ 등을 켜놓은 채 오가는 손님들의 눈치만 살폈다. 가까스로 택시 한 대를 세웠다. 곧장 승차하려고 했지만 뒷문은 잠긴 상태였다. 외부에 부착된 “묻지 말고 타세요”라는 안내문이 무색했다. 앞문 차창이 열렸다. “어디 가시는데요”라는 물음에 “위례신도시(약 10㎞ 거리)”라고 답하자 택시는 말없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예약’ 켜놓고 뒷문은 잠가
서울지방경찰청과 서울시는 1일부터 연말까지 강남역 홍대입구 이태원 등 20곳에 대해 택시 승차거부 집중 단속에 나섰다. 단속반원의 숫자만 315명으로 예년에 비해 네 배 이상 늘었다. 이날 하루 강남역 9번 출구 앞에서 밤 11시부터 한 시간 동안 승차거부로 적발된 택시만 20여 대에 달했다. 그럼에도 승차거부를 모두 막기란 역부족이었다. 단속반이 대신 택시를 잡아주고 도망치는 택시를 불러세워 처벌하는 대신 승객을 태우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승차거부가 적발된 법인택시 운전자는 ‘1차 과태료 20만원→2차 과태료 40만원 및 자격정지 30일→3차 과태료 60만원 및 자격정지’의 처분을 받을 수 있다. 개인택시 운전자는 ‘운행정지 90일→운행정지 180일→사업면허 취소’ 처분을 받는다.
이날 단속을 피하기 위해 ‘빈차’ 대신 ‘예약’ 등을 켜놓은 택시가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단속될 때를 대비해 미리 지인에게 예약 손님으로 가장해달라는 부탁을 해놓은 택시도 있었다.
아예 차량을 어디엔가 두고 호객 행위를 벌이는 기사도 적지 않았다. 단속이 집중된 강남역 9번 출구 앞을 피해 이면 골목에다 차를 대놓고 승객들과 흥정을 벌였다.
◆평소 요금의 세 배는 기본
택시가 잡히지 않으니 요금은 치솟았다. 미터기를 꺼놓은 기사들이 길거리에서 벌벌 떨고 있는 손님에게 제시한 요금은 성남·분당 등 경기 일대 3만~5만원. ‘피크시간대’인 새벽 1시에 가까워지면서 경기도행 요금은 6만원에 달했다. 평상시 요금이 7000원에 불과한 잠실역까지는 세 배인 2만원을 부르기도 했다. 한 단속원은 “아무리 가까운 시내거리도 최저요금이 2만원”이라고 전했다.
비싸다며 거절하는 승객에게 기사들은 “나중으로 갈수록 더 비싸다”며 “이것도 싼 것”이라고 꼬드겼다. 택시 호출 앱(응용프로그램)인 카카오택시는 오히려 택시기사들이 단거리 손님을 피하는 방편으로 변질됐다. 장거리 목적지로 향하는 승객에게만 배차가 이뤄졌다.
그나마 버스 공유 서비스인 ‘심야 콜버스’가 가뭄의 단비 역할을 했다. 운전기사 김모씨(47)는 바로 전 주 금요일보다 승객이 두 배로 늘었다고 전했다. 오후 11시부터 오전 4시까지 운행하는 심야 콜버스는 12월 한 달간 보유 중인 18대를 전부 가동한다. 그러나 목적지가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으로 제한되고 강남역 외 다른 곳에서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겉도는 카카오택시 대책
가입자 수가 1300만여 명에 달하는 카카오택시와 서울시는 연말 승차거부 대책을 이달 초부터 시행했거나 시행할 예정이다. 카카오택시는 승객이 타지 않았는데도 일정 시간 콜을 받지 않는 기사에게 한동안 콜 배정을 하지 않는 ‘냉각기 벌칙’을 준다. 또 5㎞ 미만 단거리 운행을 일정 횟수 이상 한 기사에게 장거리 콜을 우선 배정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총 5부제로 시행되고 있는 택시 부제를 12월 한 달간 심야시간대(오후 11시∼오전 4시)에 한시적으로 푼다. 이달 1∼22일에는 매주 금요일, 23∼31일에는 매일 부제가 풀린다. 서울시는 하루평균 2000대 이상의 개인택시가 추가 운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강남역, 홍대입구역처럼 승차거부가 집중되는 지역에선 밤 12시부터 새벽까지 운행하는 ‘단거리 맞춤형 올빼미버스’를 운행한다. 1일부터 근처에 있는 택시를 승객이 직접 선택하고, 기사에게는 목적지를 보여주지 않는 택시 앱 지브로 서비스도 운영을 시작했다.
택시기사들은 단거리 운행 횟수를 채워야 장거리 콜을 받게 하는 카카오택시 정책에 회의적이다. 택시기사 김모씨(53)는 “택시 수요가 많은 밤 10시에서 새벽 2시 사이에나 택시가 장거리 손님을 골라잡는다”며 “밤 10시가 되기 전까지는 시간 맞춰 단거리 횟수를 뛰고 장거리 고객 우선배차를 쓰면 된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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