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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월동 준비와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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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원 < SK네트웍스 회장 swchoi@sk.com >


시인 고은은 여름이 소설이라면 가을은 시(詩)라고 했다. 시인의 본뜻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짧고 강렬하면서 긴 여운을 남기는 가을이 시와 닮은 것 같다. 한 편의 시가 끝났다. 여운을 즐길 새도 없이 추위라는 현실이 찾아왔다. 시간 참 빠르게 흘러간다. 세월의 속도가 나이 따라간다는 말이 실감 나는 요즘이다. 앞당겨 찾아온 추위는 마음을 바쁘게 한다. 아직 삼동(三冬)을 대비하지 못한 저소득층의 심정이 더 그럴 것이다.

월동 준비의 두 축은 난방을 위한 땔감 마련과 먹을 것을 비축하는 일이다. 저소득층에게 월동 준비는 언제나 힘겹다. 난방용 연탄이나 김장 김치 지원은 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 전국의 13만여 가구가 아직도 연탄을 주 연료로 사용하고 있다. 연탄값이 계속 올라 부담이 크다.

필자는 지난달 중순 여주의 한 농촌 마을에서 임직원과 함께 연탄 배달 봉사를 했다. 홀몸노인 등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연탄 1만6500장과 쌀 20㎏짜리 422포를 지원했다. 올겨울 따뜻하게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월동 준비의 가장 큰 일은 김장이다. 요즘 각 가정의 김장은 옛날보다 규모가 많이 줄었다. 사시장철 김장을 할 수 있는 여건 때문이다. 겨울의 반양식(半糧食)인 김장은 많은 일손이 필요하다. 예전에는 동네에서 순서를 정해 김장을 했다. 동네 사람들이 품앗이로 함께 일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장하는 동안 동네 사람들은 배추 고갱이를 서로 먹여주며 즐겁게 일한다. 식사 때가 되면 집주인이 막걸리와 삶은 돼지고기를 내놓고 이들의 수고를 위로한다.

시끌벅적한 잔칫날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힘든 노동이 놀이 문화로 승화한 것이다. 김장이 끝나면 집주인이 나눠준 김장을 들고 모두 돌아간다. 김장하는 날은 이웃과 함께 정을 나누는 작은 나눔의 장이었다.

요즘 김장은 사회적 나눔 문화로 확대 발전하고 있다. 기업이나 단체들이 공개적이고 대대적인 김장 행사를 한다.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만든 김장은 도움이 필요한 곳에 골고루 나눠준다. 우리 회사는 지난 29일 수원상의, 경기공동모금회 등과 함께 김장했다. 배추 7500포기로 김치를 담가 경기도 내 보육원, 요양원 등 사회복지시설 15곳에 보냈다.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내려앉았습니다. 세상에 나누어 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 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안도현 시인의 ‘가을엽서’ 한 구절이다. 나누는 마음이 올겨울 추운 날씨를 따뜻하게 데워주기를 기대해 본다.

최신원 < SK네트웍스 회장 swchoi@sk.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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