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성장 뒷받침 위해서도 코스닥 활성화 필요
공정·투명 시장시스템, 자기책임 원칙 전제돼야
정부, 투자자 과보호보다는 심판 역할 충실해야
코스닥이 10년 만에 지수 800선에 다가서는 활황을 보이며 상장기업과 투자자들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 코스닥지수는 이달 들어서만 14% 넘게 오르며 지난 24일엔 장중 한때 800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올 들어 상장사 실적이 개선된 데다 정부의 활성화 대책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혁신기업과 중소기업의 요람 역할을 하는 코스닥시장을 활성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혁신기업들의 코스닥 진입을 쉽게 하기 위해 상장제도 전반을 재정비하겠다”며 “투자자와 기업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종목을 균형 있게 반영한 벤치마크 지수를 개발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저금리가 지속되는 가운데 부동산 등 대체투자 시장마저 과열 논란을 빚는 상황에서 정부가 코스닥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건 반가운 일이다. 코스닥시장이 10여 년간 장기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혁신성장을 공급 측면에서 탄탄하게 뒷받침하기 위해서도 코스닥의 기능 회복이 절실한 상황이다.
다만 몇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코스닥은 ‘높은 위험과 높은 수익’으로 대변된다. 투자자들은 그만큼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투자 선택과 그에 따른 책임은 오롯이 투자자에게 있다. 이런 ‘자기책임의 원칙’이 좀 더 엄정하게 확립되지 않으면 안 된다. 주가 급락 때마다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정부 역시 투자자 보호에 과도하게 집착한다면 온전한 주식시장 기능을 기대할 수 없다.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이 작동하려면 시장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해야 함은 물론이다. 상장기업의 회계정보와 공시 등이 엄정하고 투명하게 공개되고 공유되는 등 시장 투명성이 보장돼야 한다. 반면 불공정거래나 부실기업 상장 등의 문제는 철저히 가려내고 일벌백계식 엄벌을 통해 시장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 이런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코스닥도 미국 나스닥 못지않은 혁신 스타트업의 요람으로 거듭날 수 있다. 그러면 ‘마이너리그’나 ‘2류 시장’이라는 딱지도 자연히 사라질 것이다.
정부가 코스닥시장 활성화 방침을 밝힌 것은 시의적절하다고 본다. 다만 돈을 퍼붓고 이것저것 해주겠다는 식보다는 시장이 반칙이나 편법 대신 원칙과 시스템에 의해 돌아가도록, 심판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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