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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집단에 꽉 막힌 서비스업 혁신… 원전처럼 또 여론에 묻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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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서비스업 공론화위원회 설치 검토

의대정원 못늘리고 원격진료 30년째 시범사업
업계·부처간 이견…제4이통 사업자 7년째 무산
업종·직역 이권다툼에 "총대 메는 공무원 없다"



[ 임도원 기자 ]
정부가 추진하려는 서비스산업 혁신 방안은 하나같이 업종·직역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 사안들이다. 의료 법률뿐만 아니라 관광 통신 운송 금융 분야 모두 마찬가지다. 이익집단은 물론이고 상당수 사안은 지역 이해관계도 걸려 있다. 현 정부의 지지 기반인 시민단체마저 의료 등 일부 서비스산업의 규제 완화 반대에 가세하고 있어 개혁 작업은 더욱 꼬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다 보니 정부 부처 및 청와대, 여당 모두 몸을 사리는 분위기가 커지고 서비스산업 혁신은 갈수록 요원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관계자는 “총대를 메려는 공무원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이익집단 입김에 소비자 후생은 뒷전으로 밀리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의료·법률 카르텔’ 손도 못 댄다

의료시장 개혁의 주요 사안인 의사 수 확대는 의료계 반대로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현재 한국의 임상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2명(한의사 포함)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꼴찌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관계자는 “대학들은 서로 의대를 신설하려고 하고 있고 학생들도 의대를 가고 싶어 한다”며 “갈수록 의사 수도 모자랄 전망인데 의대 정원은 2006년부터 줄곧 3058명으로 묶여 있다”고 지적했다.

변호사와 다른 전문자격사 간 동업과 온라인 변호사 중개도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변호사가 다른 직역의 ‘하수인’으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대한변호사협회의 우려 때문이다.

제4이동통신, 1인 가이드도 난항

통신 분야 혁신도 ‘맹탕’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당초 제4이동통신 진입장벽을 낮추기로 했지만 이번에도 선정이 무산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기존 이동통신업체들이 반발하는 데다 부실업체 진출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부처 간 의견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옛 미래창조과학부)는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해 2010년 이후 매년 제4이동통신 사업자 선정 작업을 했지만 기업들은 번번이 ‘2조원 자금력’이란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좌절했다.

관광 분야의 주요 의제 중 하나인 ‘1인 관광가이드’의 도입 여부도 미지수다. 국내에서는 여행 관련 영업을 하려면 자본금 2억원과 사무실을 갖춰야 해 ‘1인 관광가이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자본금 기준이 내년 6월까지 한시적으로 2억원에서 1억원으로 완화됐지만 여전히 개인에게는 높은 수준이다. 그러다 보니 외국인 등을 상대로 한 1인 관광가이드의 불법 영업이 만연해 있다.

선상카지노 도입도 난항을 겪고 있다. 수익성을 맞추기 위해 내국인 출입을 허용하는 것이 필수적이지만 일부 시민단체는 사행성 조장을 이유로, 강원도는 강원랜드 수익성 악화를 내세우며 반대하고 있다. 여기에 부처 간 이견도 심해 선상카지노 도입은 이번에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양수산부는 “선상카지노는 면적 990㎡(300평) 이하에 1인당 평균 베팅 규모가 10만원 안팎이어서 사행성 조장 우려가 적다”며 추진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문화체육관광부는 여전히 불허 의사를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조정실이 나설까

문재인 대통령 공약사항이던 탐정업 도입도 불확실하다. 변호사업계가 “변호사들이 하고 있는 사건 정보수집 업무만으로도 탐정업 수요가 충족되고 있다”며 거세게 반대하고 있어 이를 극복하는 것이 쉽지 않아서다. OECD 국가 중 탐정업을 허용하지 않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이 때문에 음성적인 흥신소나 심부름센터가 난립하면서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처럼 각종 서비스산업 혁신 사업들이 좌초될 위기에 처하자 정부는 국무조정실에 ‘서비스산업 혁신전략 수립을 위한 공론화위원회’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 사회·경제적으로 파급효과가 큰 과제는 ‘신고리 5·6호기 원자력발전소’ 사례처럼 국민의견을 수렴해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방안이다. 이익집단의 반대를 무릅쓰고 서비스산업 혁신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고육책이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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