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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포럼] 전통산업이 4차 산업혁명의 원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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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유행 타고 쏠림현상 심한 한국
자랑이던 양복도 신발도 해외브랜드 일색
우리도 전통산업에서 명품기술 나와야

이상진 < 신영자산운용 고문 >



최근 4차 산업혁명이란 말이 전가(傳家)의 보도(寶刀)가 됐다. 엄밀한 학술적인 용어가 아니라서 사용하는 사람마다 정의가 다르다. 사실 대다수 학자가 동의하는 19세기의 산업혁명을 제외하고는 현재 우리의 관심이 집중된 4차 산업혁명은 차치하고 이전에 무엇이 2, 3차 산업혁명이었는지도 분명하지 않다. 혹자는 모르스의 무선통신을 꼽고, 혹은 내연기관을, 혹은 전기모터를, 혹은 포드의 대량생산 시스템을, 혹은 컴퓨터의 출현을, 혹은 반도체와 인터넷 발명을 산업혁명의 족보에 걸맞다고 주장한다. 당연히 자동차와 비행기의 발명도 이 대열에 오를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가 시작된 미국에서는 정작 그리 대중적인 말이 아니다. 그런데 유난히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이란 말에 매료되고 있는 것은 아마 작년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대국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짐작된다. 아무튼 아직 정체(?)는 모호하지만 인공지능, 빅데이터, 바이오공학, 로봇 혁명, 신재생에너지, 전기자동차, 블록체인(block chain) 등의 비약적인 기술혁명을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하는 것 같다.

정부도 4차 산업혁명 먹거리를 찾는 데 적극적이다. 기업들도 살아남기 위해 다가올 ‘게임 체인저(game changer)’에 바짝 긴장한다. 증권시장도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종목을 찾겠다고 분주하다. 그런데 막상 따져보면 4차 산업혁명에 직간접적으로 걸리지 않는 업종이 없다.

산업혁명도 불쑥 무(無)에서 유(有)가 생긴 것이 아니라 중세 이후 발달해 온 다양한 동력장치와 기계를 ‘개량’한 산물이다. 지금 만개하고 있는 유·무선 인터넷 혁명도 18세기에 발견된 전기와 19세기 중반 모르스 무선통신, 1930년대 등장한 컴퓨터, 1940년대 발명된 트랜지스터, 1960년대 개발된 인터넷 등의 합성물이다.

요즘 뜨는 전기자동차는 이미 1904년도에 출현했다. 무공해 에너지인 수력은 수천 년 전 물레방아 기술의 발전이고 풍력은 르네상스 시대의 풍차에서 나왔다. 흔한 말로 ‘거인의 어깨’ 위에 누군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보태고 개량해 신기술로 재탄생시키는 과정이 기술혁명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로 포장되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오늘날 모든 첨단 기술은 ‘개량된 기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한국은 지나치게 유행을 타고, 쏠림 현상이 심한 것 같다. 그게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열정이라고 할 수 있지만 치명적인(?) 약점도 된다. 허구한 날 인류 최초로 우리가 금속활자를 발명했다고 하지만 요즘 최첨단 인쇄기는 100% 외제다. 이뿐만 아니다. 청자를 만든 우리가 서양의 명품 그릇을 부러워한다. 대장금의 화려한 손놀림이 압권이었던 우리의 전통 식칼은 독일의 ‘쌍둥이 칼’에 점령당했다.

또 서울 소공동 양복점의 세계 최고 장인이었던 사람들은 어디로 가고 양복은 외제 브랜드만 보인다. 1960년대 한국에 오는 외국인들이 구두를 서너 켤레씩 맞춰 갔다는 얘기가 있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행세깨나 하는 사람들은 외제 구두를 신는다. 그리고 한때 부산을 먹여 살린 신발산업은 사라지고 외산 신발이 전국을 누빈다. 중동을 통째로 바꾼 우리 건설업이지만 부산 ‘거가대교’의 핵심인 물막이 공사는 네덜란드 기술이 담당했다. 심지어 아파트도 외국 유명 디자이너가 설계했다고 선전한다. 게다가 백화점에 가면 하다못해 쓰레기통까지 외국 디자인 제품들이 즐비하다. 어느새 의식주의 최상위는 거의 외제 브랜드가 차지했다.

그래서 4차 산업혁명에서 우리가 앞서가겠다는 각오를 높이 사고 싶다. 그러나 우리가 고군분투하며 일군 모든 산업이 신발산업처럼 전락하게 해서는 안 된다. 이케아, 나이키, 웨지우드, 에비앙, 아르마니, 구찌 등은 4차 산업혁명과 무관하다. 우리도 전통산업에서 세계적 명품기술이 나와야 한다. 그리고 이들이 안정적인 일자리와 4차 산업혁명의 원천임을 알아야 한다.

이상진 < 신영자산운용 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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