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H지수 장중 12000 돌파… 상품 대부분 조기상환 가능
ELS, 2016년 H지수 급락으로 2조 이상 원금손실 구간 진입
H지수 11900 넘으면 대부분 상환
올 들어 55조4835억 신규 발행… 작년보다 64.6% 늘어
[ 김우섭 기자 ] 2015년 하반기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의 폭락으로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졌던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의 ‘무사귀환’이 이어지고 있다. H지수가 올 들어 25% 이상 오르는 등 기초자산으로 삼은 글로벌 지수들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조기상환이 안 돼 2년 이상 묵혀 있던 상품이 줄줄이 상환되면서 ELS 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H지수는 22일 88.34포인트(0.74%) 오른 11,962.71에 장을 마쳤다. 장 초반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장중 한때 12,000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H지수가 12,000을 넘어선 건 2015년 7월13일(종가 12,003.83) 이후 처음이다.
지수 상승에 발맞춰 H주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의 조기상환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1일까지 조기상환된 ELS는 4조4131억원어치다. 지난해 11월 한 달 동안의 조기상환액(3조346억원)과 비교하면 45.4% 늘었다. 연간 상환액 역시 64조8614억원으로 지난해(27조2625억원)보다 137.9% 증가했다.
ELS는 계약 이후 3년이 지난 만기 시점까지 기초자산 가격이 손실 구간(판매 시점 대비 40~60% 이하) 밑으로 떨어지지 않아야 원리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단 한 번이라도 기준선 밑으로 가격이 내려가면 지수가 하락한 폭만큼 원금을 떼이는 것으로 계약 조건이 바뀐다.
ELS 가입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ELS는 2015년 상반기 H지수가 14,000선까지 올랐을 당시 ‘국민 재테크 상품’이라고 불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H지수는 14,000을 찍은 뒤 증시 과열 우려 속에 이듬해 2월12일 7505.37까지 하락했다. 원금 손실 구간에 접어든 ELS만 2조원을 훌쩍 넘겼다.
다행히 올 들어 H지수(연초 이후 27.33% 상승)가 오르면서 원금 손실 구간에 있는 ELS도 대폭 줄었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1일 기준으로 원금 손실 구간에 있는 ELS는 1조1561억원이다. 전체 공모형 ELS 발행액(13조8385억원)의 8.2% 수준이다. H지수가 이날 0.74% 상승하면서 이 비율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H지수가 11,900을 넘어서면 대부분의 ELS가 원리금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ELS는 가입 후 2년이 지나면 기초자산으로 쓰이는 지수가 계약 시점의 85% 안팎만 돼도 원리금을 되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중호 KB증권 연구원은 “H지수가 14,000선에서 발행된 상품의 상환 기준인 11,900(85%)을 이날 넘어서면서 원금이 손실된 ELS가 대폭 줄었다”고 말했다.
조기상환된 ELS 자금 중 상당수가 H지수 연계 ELS로 재투자되고 있다. ELS 신규 발행 물량은 올 들어 21일까지 55조483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33조7053억원)보다 64.6%(21조7782억원) 늘어났다. 이 연구원은 “글로벌 증시가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H지수가 급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2년 전 고점에 비하면 아직 15% 정도의 여유가 있어 ELS의 조기상환과 신규 발행은 꾸준히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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