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대표기업 잇단 인수
대림선어묵·오양맛살·해표 등 식품기업 집중 인수로 '시너지'
10년간 10건 넘게 성사시켜
마케팅도 안하고 어묵 1위
올 어묵 매출 9.8% 늘어 1000억
'무조건 하루배송' 시스템 구축
프리미엄 맛살 시장까지 장악
계열사간 시너지 본격화
수산·축산 원료 안정적 공급… 가정간편식 사업으로 확장
[ 이유정 기자 ] ‘사조그룹’ 하면 사람들은 참치를 떠올렸다. 2005년만 해도 틀린 말이 아니었다. 당시 매출 절반이 수산업에서 나왔다. 대표 제품도 먼 바다에서 참치를 직접 잡아 캔에 넣어 만든 ‘사조참치’였다.
하지만 2017년 ‘사조=참치’라는 등식은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다. 사조그룹에서 수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5%로 줄었다. 85%는 식품, 축산, 유지, 제분 등에서 나온다. 10여 년 새 매출은 6000억원에서 4조원으로 급증했다. 계열사만 33개, 이 중 상장사도 6개나 된다. 6개 상장사의 3분기 영업이익(누적)이 900억원을 넘겼다. 10여 년간 10건이 넘는 인수합병(M&A)의 결과다. 연관사업에 대한 조용하지만 공격적인 M&A를 통해 사조그룹은 종합식품회사로 성장했다고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대림선어묵 매출 1000억원 브랜드로
사조그룹의 성장을 이끄는 브랜드는 사조참치가 아니다. 대림선어묵과 오양맛살, 해표식용유 등 식품 브랜드다. 모두 인수한 브랜드다. 사조그룹은 2004년 사조해표(옛 신동방), 2006년 사조대림(옛 대림수산), 2007년 사조오양(옛 오양수산)을 사들였다. 업종 대표기업을 인수한 사조의 M&A 전략이 적중한 것이다. 사조그룹 관계자는 “인수한 회사가 모두 제몫을 하며 그룹 성장의 중심축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 회사는 사조대림이다. 사조대림이 판매하는 대림선어묵은 지난해 910억원의 매출을 낸 데 이어 올해는 10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전체 어묵 시장은 커지지 않았지만 대림선어묵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경쟁사들과 달리 마케팅을 거의 하지 않으면서 올린 성과다.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시장에서 CJ제일제당의 삼호어묵과 함께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B2B(기업 간 거래)시장까지 합친 점유율은 30.3%(지난해 기준)로 1위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하루 안에 배송’해주는 물류시스템이 이를 가능케 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전국 6곳의 물류센터 등 자체 통합물류망을 운영하며 일일배송 시스템을 구축했다. 보존 기간이 짧고 냉장보관해야 하는 어묵의 특성에서 신선도를 유지하는 게 핵심 경쟁력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
김태훈 사조대림 경영지원본부장은 “주문을 받으면 밤을 새워서라도 배송해준다는 신뢰가 매출 증가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30년 이상 어묵 분야에만 종사해온 ‘장인’들이 내놓은 신제품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조대림이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과 협업해 지난해 8월 내놓은 어묵바 ‘무도빠’는 9개월 동안 600만 개가 팔리며 편의점 히트상품으로 자리잡았다.
식품 수직계열화의 성공
사조오양과 사조대림이 지배하는 맛살부문에선 고급시장을 공략해 큰 성과를 올렸다. 고급 명태연육에 게살을 넣은 프리미엄 제품 스노우크랩킹 등 신제품을 출시, 지난해부터 고급 맛살 시장에서도 한성기업을 제치고 1위 브랜드가 됐다. 그 결과 사조대림은 올해 매출 7000억원을 바라보는 회사로 성장했다. B2B사업에 집중한 사조오양은 올 3분기까지 누적 매출(2300억원)이 전년보다 17.3%, 영업이익(210억원)은 10.5%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이 10%에 달하는 알짜회사기도 하다.
이 밖에 사조씨푸드, 사조동아원도 매출 3000억원대의 중견기업 수준으로 성장했다. 이들 덕에 사조그룹의 올해 매출은 4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시장은 예상하고 있다. 10여 년간 이뤄진 M&A 성과물이다. 사조가 성공적으로 M&A할 수 있었던 비결은 연관사업 다각화다. 공격적이고 과감했지만 기존 식품사업과 관련 없거나 시너지가 나지 않는 기업은 쳐다보지 않았다.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도 커지고 있다. 수산·축산부문에서 안정적으로 원료를 공급할 수 있게 되자 사조는 가정간편식(HMR) 등으로 식품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마트 등에 공급할 때도 어묵 맛살 등 선두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어 협상력이 높고 대량공급으로 비용도 절감된다.
사조그룹은 앞으로 수익성을 높이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사조그룹 관계자는 “과거엔 외형만 어느 정도 갖춰도 이익이 났지만 지금은 환경이 변했다”며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고급 식자재사업 등 수익성 높은 사업을 더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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